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제화공처럼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1-31 07:04 조회수 : 42

영국의 조그마한 마을에 신발을 만드는 제화공이 있었다. 젊어서 아버지로부터 구두를 만드는 기술을 배워서 몇 십 년 동안 만들어온 신발은 튼튼하기로 소문이 나서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그의 가게를 찾았다. 중년의 이 제화공은 노년이 되어 눈이 침침해 지고 바늘을 든 손이 떨리지만 신을 만드는 일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이유는 자신이 신발을 만들지 않게 되면 자기 손으로 만든 튼튼하고 값싼 신발을 신어온 마을 사람들이 도시로 나가 구해 신어야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제화공은 아들에게 기술을 전수해 주었다. 아들도 기꺼이 아버지의 마음을 받아들여 신을 만들게 된다. 이렇게 해서 이 제화점의 가게는 2대에서 3대로 이어진다. 마을 사람들도 이 제화점을 3대에 걸쳐 내려올 때까지 단골로 드나들게 된다는 평범한 이야기이다. 안경을 코끝에 걸쳐놓고 떨리는 손으로 신발을 만드는 노인에게 신을 맞춰 신던 아들도 나이가 들어서 자신의 아이의 손을 잡고 신발을 맞추러 갔다. 말하자면 신발을 만드는 제화공과 신발을 구입하러 다니는 손님의 세대가 바꿔진 것이다. 


우리의 이웃나라인 일본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많다. 일찍이 상법과 수공업을 장려한 국가의 정책에 따라서 전통이 오래된 가게들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일본의 많은 대학 중에서 동경대는 최고의 수재들이 모이는 대학이다. 이 학교를 나오면 사회진출에 전망이 밝고 미래가 보장된다. 이런 학교를 졸업한 젊은이가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기 위해서 가게를 맡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고 아들이 맡은 가게가 대단한 규모의 점포도 아니었다. 어떤 경우는 동네에 작은 우동가게일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 가게는 할아버지나 그 선조로부터 이어온 전통이 있는 가게로 100년 정도는 보통이다. 적어도 일본에서 우동다운 우동을 먹으려면 전통이 있는 가게에서 먹어야 제대로 된 맛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선조들로부터 전통을 이어받으려는 장인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단한 긍지가 아닐 수 없다. 비록 우동가게를 운영하는 일이지만 이 긍지와 마음가짐은 배워야 할 만큼 부럽다. 내가 오랫동안 해오던 일이 중단된다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배려해야 된다는 마음은 그 인간의 삶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며 꽃이며 향기가 된다. 구두를 죽을 때까지 만들고 대를 물려주는 제화공이나 우동가게를 물려받아 대를 잇는 것이나 아름다운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 

문뜩 주님을 향한 우리의 신심도 이들처럼 대를 잇는 믿음의 모습으로 계승되고 전승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철저히 계승되어 존손되는 신앙을 바탕으로 복음적인 삶을 산다면 가까운 이웃에서부터 이웃에게까지 아름다운 향기로 남을 것이다. 향기는 복음이 되어 주님을 몰랐던 이에게 주님의 사랑을 동경하고 찾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