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도둑의 양심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2-11 07:44 조회수 : 70

사람과 짐승을 구분해 주는 최소한이 양심이다. 사람에게 있어서 양심이 사라지면 아마도 짐승과 구분할 수 없을 것이다. 잔악한 범죄도 천연덕스럽게 거리낌없이 행할 것이다. 중국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 양심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려한다. 

한 젊은이가 도둑질을 하다가 관아에 잡혀왔다. 나라법에 의하면 도둑질을 하면 팔을 자르게 되어 있었다. 잡혀온 그 젊은이는 자신이 비록 도둑질을 했지만 팔을 잘릴 정도의 죄는 짓지 않았다며 향변하였다. 도둑질을 하다가 발각되어 쫓기는 몸이지만 그래도 인명을 구했다는 것이었다. 그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았다. 자신이 도망을 치고 있는데 한 아이가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 떨어지기 직전에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나무에 올라가 구해주느라 멀리 도망가지 못해서 결국 잡혔다는 것이었다. 원님이 그 이야기를 듣고 알아보니 그 말이 거짓은 아니었다. 


원님은 고민을 했다. 만약 도둑이 자신이 살고자 해서 아이가 위급한 상황에 있는 것을 보고도 모르는 척하고 열심히 도망을 쳤다면 그 아이는 필시 떨어져 죽었을 것이고 도둑은 잡히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아이를 구해주려고 도망갈 시간을 놓쳐서 잡히게 된 것이다. 도둑질 한 것은 적지 않은 죄이지만 생명을 구한 공도 결코 적지 않다. 그래서 원님은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나라의 법을 어긴 일만을 다뤄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선행에는 반드시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나라법에 의하면 도둑질은 팔이 절단되어야 하는 벌을 받아야 하지만 인명을 구한 상이 있으니 팔을 자르지 않고 온전히 되돌려 보내주었다. 


인간과 짐승의 차이점이 이런데 있다고 생각된다. 인간은 선악의 양면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양심을 잃어버린 행위의 이면에는 살아 숨쉬는 양심이 또 한편에는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예수님께서 지은 자도 용서하라는 말씀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가를 이해하게 된다. 파렴치하고 몹쓸 짓을 하는 사람을 가르켜 흔히 같은 녀석이라고 욕하곤 한다. 그러나 요즘은 같은 녀석은 같지도 않다. 이유는 개만도 못한 인간들이 천지에 널려있기 때문이다. 말은 다시 뒤집어 보면 양심이 없는 사람들이 만큼 많아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여간 개만도 못한 사람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것 없이 최소한의 양심은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