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멈춰 서면 모습을 드러내는 행복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2-08 06:56 조회수 : 41

우리는 무언가를 애써 얻으려고 노력해도 쉽사리 얻지 못한 경험을 한 번쯤은 한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행복은 우리가 뒤쫓으려 하면 할수록 우리에게서 멀리 달아나지만, 우리가 멈춰 서면 그 모습을 드러낸다. 17세기 독일의 신비주의자이자 시인인 앙겔루스 실체시우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행복은 다음과 같다.  

“잠깐 멈추세요, 어딜 그리 급히 가나요? 하늘나라는 이미 당신 마음속에 있잖아요. 다른데서 하느님을 찾는다면 당신은 영원히 그분을 발견할 수 없을 거예요.”

이 말을 스위스의 화가 막스훈치커는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림에서 한 천사가 앞으로 달리려는 남자를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하게 막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때 천사는 한 손으로는 남자의 어깨를 잡아 말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에게 자신의 우정을 드러낸다. 남자의 옷은 온통 별로 뒤덮여 있어서 마치 밤하늘에 감싸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친구처럼 보이는 ‘천사’는 남자의 성취와 행복, 그의 내면에 있는 하늘나라를 열망하는 자아를 상징하고 있다. 


이 글을 쓰면서 잠시 눈을 감고 그 그림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더 곱씹어본다. 그리고 내 자신이 향하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잠시 멈춰 서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또한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의 가장 깊숙한 내면을 살피고, 자신의 내적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내면으로부터 들려오는 하느님의 소리에 귀를 열고 눈을 맞춰야 한다. 우리의 영신적인 삶은 그런 작업의 끊임없는 반복이다.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경청하고 그분과의 만남에 몰두하는 순간 바로 지점에 진정한 평화가 놓여있다. 우리는 거기에서 잠시라도 머물러야한다. 우리가 잠시 멈춰 서있는 시간을 가질 비로소 깊은 평화를 느끼게 된다. 멈춤으로 보이는 평화는 우리를 분주함과 조급함에서 벗어나 세상에서 하늘나라의 행복을 미리 맛보는 순간을 만들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