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백인대장의 믿음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4-20 06:06 조회수 : 52

백인대장의 믿음 


루카복음 7장에 로마의 백인대장이 등장한다. 우리 군대 조직으로 비교해보면 중대장에 해당되는 직책이다. 결코 높은 지위를 갖고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식민지 에서는 나름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었다. 백인대장이란 당시 로마가 세계를 제패하는 데 원동력이 된 로마군의 기본 편제로, 군인 백 명을 지휘하는 장이다. 백인대장은 수만 명의 병력을 지휘하여 승리를 이끄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로마의 명장이었던 카이사르는 자신의 수하에 있던 백인대장의 이름을 외우고 수시로 격려하였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성경에 등장하고 있는 백인대장은 자신이 데리고 있던 병든 종을 고쳐주기 위해서 체면불구하고 예수님을 찾아왔던 것이다.  


그러한 백인대장은 첫째, 매우 인정이 있는 성격을 갖고 있던 인물로 보인다. 하찮은 종의 병을 고치기 위해 자신의 체면은 생각하지 않고 유다인의 원로들을 통하여 예수님에게 찾아와서 부탁을 하고 있다. 원로들은 예수님에게 “그는 선생님께서 이 일을 해 주실 만한 사람 사람입니다. 그는 우리 민족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회당도 지어 주었습니다” 하고 간곡하게 청하였다. 


둘째로 매우 겸손한 인물인 것 같다. 예수님께서 청을 들어 주려고 그의 집 가까이 가시니 “주님, 수고하실 것 없습니다.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하시면 됩니다”라고 말씀드린다. 이 말씀은 우리가 미사 도중 성체를 모시기 전에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이다”라는 신앙고백문을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한다. 


세 번째로 굳건한 믿음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주님께 “사실 저는 상관 밑에 매인 사람입니다만 제 밑으로도 군사들이 있어서, 이 사람에게 가라 하면 가고 저 사람들에게 오라 하면 옵니다. 또 제 노예더러 이것을 하라 하면 합니다(루카 7,8)”라고 말하면서 주님의 말씀 한 마디면 모든 것들이 다 이루어진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힘을 행사하는 로마 군인 백인대장이 그렇게 말을 하는 것에 경탄한다. 예수님께서도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이스라엘에서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라고 칭찬하실 정도였다.


조금이라도 권력과 돈이 있으면 허세를 부리고 매사를 자신의 이익과 고집으로 행하는 지금의 지도자들이 번쯤 묵상해 만한 대목이라고 생각된다. 나의 말과 행동이 주님께 칭찬은 받지 못해도 최소한의 백인대장처럼 겸손함을 지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