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프란치스코 성인의 생애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4-12 06:54 조회수 : 67

프란치스코 성인의 생애 


해질 무렵 오솔길을 걷던 프란치스코 성인은 갑자기 놀라서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거기에는 엄지 손가락만한 크기의 조그마한 풀꽃이 피어 있었다. 하마터면 발로 밟을 뻔했던 것이다. 성인은 허리를 굽히고 엎드렸다. 그리고는 꽃이 다치지는 않았나 살피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꽃은 꺾이지 않았다. 성인은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고는 성호를 긋고 꽃에 입을 맞췄다. 이 모습은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의 한 단면이었다. 풀꽃 한 송이도 소중하게 여기고 그 생명이 간직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숲속에는 사는 콩알만한 벌레도 생명을 지니고 있다. 이 생명들을 소홀히, 하찮은 것으로 생각하느냐 그렇지 않았느냐에 따라 속인과 성인의 차이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아씨시의 프란치스코는 하느님이 이 땅에 주신 모든 피조물을 사랑했다. 그 피조물에게 베푼 사랑의 형식은 테두리 안에서 머문 것이 아니었다. 가지에 앉은 새에게 말씀의 설교를 했고 자그마한 벌레가 무심히 걷는 자기의 발길에 밟히는 일이 없을까 늘 걸음을 옮길 때마다 조심하면서 걸었다. 땔 나무를 마련하기 위해 나무를 벨 때도 그냥 베는 일이 없었다. 다시 싹이 터서 계속하여 생명을 이어갈 수 있게끔 통째로 자르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생명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실천했다. 그 실천 방안으로 욕심을 부리지 말고 가난한 삶을 살 것을 제자들에게 요구했다. 보따리에는 귀한 것들을 담지말 것이며 길을 떠날 때는 배낭도 지니지 말고 옷도 입고 있는 것 이외에는 갖지말고 신발도 신은 것 이외에는 지니지 말 것을 요구했다. 그 자신도 늘 과도한 소유를 멀리했다. 소유자체가 자기 믿음에 상처를 주는 원인 이라고 생각한 것이 아닌가 싶다. 성인은 가난은 조금도 부끄러운 것이 아님을 가르쳤다. 


생명에의 사랑과 청빈은 프란치스코의 생애의 핵심을 이루는 틀이 된다. 삶의 가치는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또 성인의 생애도 여러 형태의 모습으로 표현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스도교에는 많은 성인들이 계신다. 그렇지만 그분들이 걸어 간 발자취는 다양하다. 그러나 단 한 가지 공통점은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사랑이다.

사랑은 하느님으로부터 전수받은 사랑이다. 사랑을 믿음으로 어떻게 실천하는가에 따라 드러나는 양상이 다를 뿐이다. 성인의 생애는 그만큼 고통이 따르는 삶이다. 그러나 생애는 아름다운 향기가 가득차 있다. 한포기,   한송이, 자그마한 벌레 하나에 까지 생명을 아끼고 배려하고 사랑을 쏟으면서 살아가셨던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