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무기력함을 인정하자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4-11 06:51 조회수 : 79
자신의 무기력함을 인정하자
살다보면 자신의 뜻하고 전혀다른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만사가 귀찮아서 숨어 지내고 싶은 유혹도 생기지만 때로는 자신의 힘으로 유혹을 물리치고 평정심을 찾아 스스로를 극복하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상황을 극복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혼자 치유해 보려고 노력 할수록 실망과 좌절감만 더 커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은 자신의 무기력함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첫 번째 단계이다. 자신의 현재 상태를 인정하지 않고는 결코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
그리고 자가치유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자신이 무기력하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하느님의 손길이 작용하실 수 있다. 무기력함을 기꺼이 인정하기 위해서는 내 안에서 행하시는 하느님의 역사하심을 인정해야 한다. 하느님이 나를 치유해 주시리라는 믿음이 없이 자신의 무기력함을 인정하는 것은 너무도 두렵고 슬픈 일이 될 것이다. 마치 높은 데서 아무런 보호장치도 없이 바닥으로 뛰어내리는 것 같은 공포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내 삶과 무기력함을 스스로 통제하고 싶다는 바람을 기꺼이 버리게 되면 한 가지 진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자신을 치유하고 나의 삶을 이끌어 줄 힘을 지니신 하느님과의 친교가 더욱더 깊어진다는 사실이다. 하느님과의 친교가 깊어질수록 스스로와 도움을 주는 전문가들에게 자신의 무기력함을 고백하기가 훨씬 쉽다. 우리가 신앙 안에서 하느님께 의존해야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살면서 우리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우리가 세상일에서 만족을 얻으려고 열심히 노력하면 스스로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데 이게 바로 착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피조물이고 언제나 부족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면 그 무기력함을 완전히 극복하기란 불가능하다. 한 톨의 씨앗도 뿌려진 땅에서 그대로 뿌리를 내려야 잘 자라기 마련이다. 씨앗이 얼마나 자랐나 보려고 자꾸 땅을 파면 그 씨앗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 자신을 비옥한 땅에 뿌려진 씨앗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 땅에 그대로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분은 그 땅이 충분히 제공해 줄 것땅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싹을 틔우게 될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한계와 무기력함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하느님으로부터 많은 영양분을 받고 자라고 있다고 겸허하게 고백을 해야 하는 시기가 바로 부활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