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그리스도의 제자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3-07 09:06 조회수 : 78

성당 봉사자들이 음식을 만들거나 청소를 하거나 주차 정리를 할 때 일하시는 분들의 모습을 보면 대부분의 교우들은 정성을 다하면서 최선을 다한다. 음식을 만들 때도 작품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정성을 깃들여서 한다. 그리고 어떤 분들은 청소를 하실 때 거룩한 성전을 가꾼다는 자부심으로 걸레질을 정성껏 한다. 누가 봐도 가슴 뭉클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봉사는 신자들의 의지를 강하게 만들고, 게으름에서 비롯되는 갖가지 많은 유혹들을 멀리하게 해 준다. 무슨 일이든 하느님의 일이라 생각하고 정성껏 성실히 하는 것이 남들부터 인정받게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공부도 마찬가지이다. 평소에 성실하게 꾸준히 하는 사람이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가치관과 생활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유는 신앙인들은 세상에 속해 있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느님께 속해 있다. 우리는 세상의 것들로 길들여지는 사람들이 아니라 하느님의 음성이 알려주는 것들로 성장하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이 음성에 귀를 기울인다면 하느님의 일에 기꺼이 마음과 힘을 다할 수 있다. 모든 일이 자신의 생각에 가장 좋은 방향으로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대로 되기를 바라야 한다. 


그렇지만 때로는 세상의 여러 가지 욕심 때문에 우리는 하느님의 음성을 무시하거나 듣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서 이런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반드시 침묵과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수도자들처럼 산속으로, 세상의 잡음과 고통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피정의 집으로 가서 살아야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참 신앙인은 매일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를 괴롭히는 고통에 힘들어하지만 이 고통이야말로 가치가 있는 것임을 알고 있기에 받아들여야 한다. 하느님께서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서 하실 수 있었던 수많은 방법 중 십자가의 고통을 선택하신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신앙생활은 결코 편하고 쉬운 것이 아니다. 예수님을 따르려면 누구든지 지고 따라야만 하는 십자가야말로 이 세상에서 우리를 하느님께 속하도록 인도하는 길이다. 이것을 깨닫게 되면 우리 안에 있는 하느님의 음성이 더욱 뚜렷해지고 우리의 눈과 마음을 유혹했던 바깥 세상은 차츰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지게 된다. 그 때 우리는 더 이상 그 누구도 부러워하지도, 비교하지도 않을 것이고 비로소 우리는 하느님의 일을 먼저 생각하는 그리스도의 제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