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속도를 줄이고 세상을 바라보자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3-02 08:45 조회수 : 90

속도를 줄이고 세상을 바라보자


아프리카에 ‘스프링벅’이라 불리는 영양이 살고 있다. 그런데 가끔씩 수 많은 영양이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는 일이 일어난다. 

이 영양들은 보통 이삼십여 마리씩 떼를 지어 다니는데 어떤 때는 수십만 마리가 모여 이동을 할 경우가 있다. 수십만 마리가 한꺼번에 이동을 하다 보면 앞의 영양들은 다행히 풀을 먹을 수 있지만 뒤따라가는 영양들은 먹을 풀이 없게 된다. 

앞의 영양이 먼저 다 먹고 난 후 그 뒤를 따르는 영양들이 풀을 밟고 지나가니, 맨 뒤에 있는 놈들은 전혀 풀을 먹을 수 없게 되어 버린다. 그러므로 당연히 풀을 먹기 위해서는 다른 영양들보다 앞서가야 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영양들은 저마다 앞으로 나서고 또 앞으로 나서고 서로서로 앞서가려고 싸우게 되고 그러다보니 점점 속력이 빨라지고 결국은 정신없이 달리기만 하는 것이다. 어느새 풀을 먹자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먼저 앞에 가기 위한 목적으로 정신없이 달리기만 하는 것이다. 그렇게 계속 달려가다 보면 앞에 낭떠러지를 만나도 멈추지 못하고 뒤에서 오는 영양에 떠밀려서 떨어져 죽고 마는 것이다. 


유명한 여배우였던 마릴린 먼로는 자살을 앞두고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남보다 많은 인기를 얻고, 성공을 거두고, 부족함이 없이 모든 것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인생의 목적을 잃어버렸습니다. 나는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말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우선 순위를 잃어버렸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일의 노예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일해도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피곤한 인생이 되어 버린 것이다. 날마다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우리들은 정신없이 바쁘다는 말을 무슨 자랑처럼 하고 살고 있지만, 적어도 내가 왜 이렇게 바쁜가? 에 대해서는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현대인은 뛰면서 생각해야 한다지만 남보다 빨리 종착역에 도착한 사람들의 하는 일이란 대부분 평범한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목적이 있어서 바쁘게 사는 것보다는 남들이 그러하니 나도 그렇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빨리 도착한다고 특별한 득이 없는데 굳이 정신없이 빨리 달릴 필요가 있을까?

우리들 모두는 인생의 속도를 줄였으면 한다. 적어도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 정도는 말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