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자신의 색깔로 살아가라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9-23 04:34 조회수 : 83

자신의 색깔로 살아가라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과거에는 집단의 힘이 개인의 힘보다 월등하게 강한 나라였다. 오랜기간 군사문화의 부작용으로 개인이 누려야할 인권이 공동체의 이름으로 한 순간에 무시를 당하곤 했다. 많은 경우 판단의 기준이 ‘자신’이 아닌 ‘타인’이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고 스스로를 검열을 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 속에서 살았고, 타인이 자신을 인정해줄 때 비로소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우리는 자신만의 기준을 주장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타인의 가치와 비교하고 그 수준에 도달하려고 노력했다. 애초에 다른 평가 기준이 적용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결정하곤 했다. 이는 맞지 않는 옷을 꾸역꾸역 입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게 우리는 혼자서 괴로워하면서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그렇게 자신을 지탱할 큰 기둥 하나가 무너지면 자연스럽게 중심을 잡을 수 없다. 회복할 겨를마져 없어지고 결국 ‘나’는 사라지고, ‘타인’만 남게 되는 것이다. 


집단의 힘을 강하게 만드는 것은 ‘획일화’이다. 모든 게 똑같은데 나만 다른 건 아무래도 눈에 뜨기 마련이다. 그래서 남들의 눈에 띄는 건 불편해하기에 익명성을 선호한다. 이는 집단에서 개인의 색을 드러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더라도 앞자리보다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뒷자리에 앉으려는 경향이 있다. 만약 앞자리에 앉는 순서에 따라서 하느님의 축복의 크기가 달라진다고 하면 과연 뒷자리를 고집할까?하는 생각을 가끔 해보곤 하다.

  

사람을 색깔로 표현하자면 우리 사회 안에는 여러색들이 존재한다. 집단 안에 하나의 색을 가진 개인이 모이면 다양한 아름다움을 표현할 있다. 하지만 통일성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색을 합치면검은색 된다. 색을 다양하게 펼치기 보다 합치면 하나의 색으로 변하는 것처럼 인간들도 집단 속에서 개인을 무시하면 다양성이라는 아름다움은 사라진다.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타인의 색에 물들지 않고다양성을 추구하는 이다. 사회전체가 다양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사람들은 자신 만의 고유한 색깔을 찾아가게 된다. 이제부터라도 남의 눈치보다는 자신의 색깔로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