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좋은 학부모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9-14 04:27 조회수 : 90

좋은 학부모


작년에 한 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었다. 그 교사는 오랜 노력과 준비 끝에 교사로 부임했고, 좋은 교사가 되려는 의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한 학부모의 지속적인 협박을 받다가 한 장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는 우리나라 사상 최초로 대규모 교사 시위가 한동안 이뤄지면서 교권에 대해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우리는 오랫동안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처럼 교사를 존경하는 문화가 있었다. 본인도 초등학교 6학년때 반장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담임 선생님의 도시락을 1년동안 어머니가 만들어서 배달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예전에는 자기 자녀를 훈계할 때 사용해 달라고 학부모가 교사에게 ‘사랑의 매’를 선물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하지만 인권 존중의 문화가 중시되면서 교사가 지위를 이용하여 학생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괴롭히는 일은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되지 않는다. 이제는 반대로 교사들이 학생이나 학부모의 폭력에 시달리는 일도 흔치않게 발생되고 있다. 얼마 전에 자녀가 점심 먹는 모습을 매일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찍어 보내 달라는 학부모, 본인의 자녀가 반장이 되지 못한 것에 분노하여 밤낮을 가리지 않고 카톡과 전화를 해서 교사를 괴롭히던 부모가 있었다.


이런 일들의 내면에는 ‘아무리 좋은 선생님이라도 자신의 자녀에게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거나 챙겨주지 않으면 따지면서 지적해도 당연하다’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이 깔려 있다. 나 또한 이런 일들을 전에 근무하던 학교에서 있었다. 기숙사 학교인데 자기 딸이 불편해하니 통학을 하면 어떠냐고 하면서 이런 저런 말도 안되는 일을 만들어서 교육청이나 교구청에 고발을 해서 반 년이 넘게 고생을 한 적이 있었다. 물론 내가 잘못한 것이 없었기에 무고죄를 역고소를 생각도 했었지만 같은 사람이 되기 싫어서 더 이상 진행하지는 않았다. 


내가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부모들이 학교에서건 성당에서건 지나치게 간섭을 하거나 잘못된 부모 사랑을 보이면 거부반응이 나도 모르게 일어난다. 분명한 것은 가정에서는 부모의 뜻대로 양육과 훈육을 하더라도 아이가 학교 생활을 할 때는 지도하는 주체가 부모가 아니라 선생님이라는 사실이다. 자녀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자기 자녀 중심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길 바란다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며 그게 심하면 범죄행위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자녀가 사랑스럽고 제대로 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 선생님을 믿어보는 것이 어떻까 하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