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잘 싸우는 방법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7-24 03:09 조회수 : 77

잘 싸우는 방법


평생을 함께한 부부나 십수 년을 함께한 친구라도 싸우지 않고 지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만약 오랜 시간 가깝게 지낸 누군가와 한 번도 다툼이 없었다면 둘 중에 하나이다. 서로 기대하는 것이 없는 사이거나 혹은 한쪽이 엄청나게 인내심이 좋은 경우이다. 여기서 다툼이나 싸움은 꼭 주먹이 오가고 폭력이 난무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싸움은 조금 더 일상적인 마찰에 가깝다. 이를테면 인간관계 안에서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라든지, 사소한 말싸움은 같은 형태를 의미한다. 모든 사람들과 항상 잘 지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불가능하며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싸우게 된다. 그렇더라도 이왕 싸울 거라면 잘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악기도 관리를 소홀히하면 좋은 소리를 유지하기가 힘들다. 적절한 시점에 바르게 조율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악기 자체가 왜곡되어서 그 기능을 마감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악기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관계도 관리가 중요하다. 다시 말해 싸우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쌓인 갈등을 원만히 해소해야 더 좋아지는 사이로 발전할 수 있다. 작은 의견의 차이가 커지기 전에 싸워야 할 때 제대로 싸우지 않아서 속으로 앙금이 쌓이면 시간이 흐를수록 감정의 폭이 커져서 한 순간에 폭발한다. 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현명하게 갈등을 마주해야 한다. 그래서 갈등에 관해서 나는 두가지의 원칙을 제시해 볼려고 한다. 


하나는 일단 대화를 시작하면 상대를 이기겠다는 승부욕을 내려놓아야 한다. 상대와 갈등 속에서 대화를 하면서 이기는 것에 집착을 하면 다툼의 원인을 설명하는게 어려워진다. 그리고 과정에서 자기연민이나 과장된 감정이 들어가버린다. 그러면 당연히 상대방이 나에게 대한 반감이 더 커진다. 반대로 이기려는 마음을 접으면 상대방을 손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툼이 상대를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는 목적이 분명해지면 자신의 마음을 더 쉽게 들여다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대화의 주도권을 상대방에게 넘겨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즉 상대방이 자신이 서운한 감정이나 이유를 충분히 말하게 하고 나는 한 발자국 떨어져서 그의 말을 들어보고 그의 처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해본다. 그럴 때 나도 한결 편안한 분위기에서 나의 감정이나 상황을 말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괜한 자극적인 말로 서로의 감정이나 죄책감을 자극하는 일이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매번 이처럼 할 수는 없을 지라도 내가 누구와 갈등이 생기면 조정하려는 자세는 가져야 한다. 경험적으로 상대방을 이기려고 욕심내고, 내 마음을 조급하게 전달하려 하는 순간 화해하려는 마음은 사라지고 싸움을 위한 싸움만 남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상대방과 원만하게 풀어가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대화를 하다보면 싸움이 아니라는 것을 깨우치곤한다. 잘 싸우고 나면 갈등이 마냥 나쁜 것만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된다. 오히려 다툼은 상대방을 이해를 해주는 계기가 되기도 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