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순교의 형장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3-17 06:29 조회수 : 70

순교의 형장 


나들이하기에 참으로 좋은 날씨이다. 성당에서 늘 보이던 자매님들이 가끔은 보이지 않아서 안부를 물어보면 성지순례를 다녀왔다곤 한다. 구역식구들이 함께 순례를 하면서 자신의 신앙도 돌아보고 친교도 다지면서 미사도 함께 봉헌하는 모습들을 상상만해도 참으로 보기 좋아 보인다.


초기 천주교가 박해를 받으면서도 묵묵히 신앙을 지킨 신앙의 선조들이 있었기에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니 참으로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기록에 의하면 박해 중에 가장 일반적으로 시행된 것 중에 하나가 ‘참수’였다. 군중들 앞에서 칼로 목을 내리쳐서 죽이는 사형방법이다. 천주교를 믿는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야 했지만 순교자들은 죽음을 초월한 강력한 믿음으로 공포를 극복해나갔다. 나는 그분들의 순교를 통해서 한 가지는 분명하게 확신하는게 있다. 그분들은 순교야말로 하늘나라로 들어가는 입국을 확신했다는 것이다. 만약 그분들이 이러한 사실을 의심했다면 순교를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순교 형장은 끔찍하고 살벌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박해일지에는 다음과 서술해 놓았다. 

“그날이 되자 순교자들은 등뒤로 손을 결박당한 상태로 백 여명의 병졸들의 감시 하에 형장으로 호송되어 끌려왔다. 그리고 정해진 장소에 설치된 말뚝에는 한 폭의 깃발이 바람에 세차게 펄럭이고 있었고 말뚝에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그들에 대한 사형선고 내용이 씌여 있었다. 그들이 도착하자 그들의 옷을 벗겼다. 그러나 바지만은 입힌 채로 뒀다. 그런 다음 병졸들은 그들의 손을 가슴 앞으로 잡아 끌어 결박하고는 겨드랑이에 긴 몽둥이를 지르고 화살로 귀를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꿰뚫었다. 그 잔인함은 차마 볼 수가 없었다. 병졸들은 다시 순교자들의 얼굴에 찬물을 끼얹고 회를 한 줌 움켜쥐고는 뿌렸다. 순교자들의 얼굴은 하얗게 회칠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여섯명의 포졸들이 몽둥이를 들고 순교자들에게 광장을 세바퀴를 돌게했다. 그 때 군중들의 아우성은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조롱으로 가득했다. 그리고는 마지막에 가서 순교자들에게 무릎을 꿇게 하고 병졸 열 두 명이 손에 칼을 쥔채 주위를 신명나게 빙빙 돌았다. 그때의 모습은 전장에서의 싸움하는 모습이었다. 

병졸들은 이런 동작을 반복하면서 순교자들의 목을 한 차례씩 쳐가며 지나갔다. 극도의 공포감을 순교자들에게 심어주는 것으로 마지막까지 배교를 강요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첫 칼에 피를 쏟는 순교자들도 있었고 서너 번 쳐야만 쓰러지는 분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머리가 떨어지면 그 머리를 병졸 한 사람이 판자에 얹어 상관 앞에 가져갔다. 상관은 그것을 보고 비로소 사형의 집행이 끝났음을 확인하고는 자리를 떴다.” 


이것은 샬르르 달레가 남긴 기록의 일부이다. 너무 가혹하고 가슴이 아픈 모습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이런 모습으로 순교의 길을 택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