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사랑합니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3-15 05:41 조회수 : 88

사랑합니다 


본당에서 살면서 가장 많이 하는 소리가 ‘사랑합니다’ 이다. 어느날 교중미사 후에 갑자기 한 자매님이 ‘신부님! 사랑합니다’라고 말씀을 하시면서 뒤도 안 돌아보고 얼른 도망가셨다.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튼 기분이 하루 종일 좋았다. 

다섯 글자로 되어 있는데 끝이 ‘다’로 끝나는 말 중에 사람을 기분좋게 하는 말이 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행복합니다’. 나도 이 말들을 자주하는데 이유는 사람을 기분 좋게도 하지만 많이 사용할수록 왠지 좋은 신부가 된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나만의 착각일수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자주 하면서 살고 싶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랑이라는 게 그리 녹록치 않다. 아니 상당히 어렵다. 이유는 사랑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는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 있는 그대로 느끼고 존중해 주는 마음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근거는 예수님께서 그렇게 하셨기 때문이다. 천대받던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셨지만 그들을 존중해주셨다. 현재 그대로를 받아주시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헤아리시고 합당한 은총을 베푸신 분이시다. 그 당시에는 중병에 걸린다는 것은 죄의 결과로 여겼기 때문에 죄인 취급했다. 그러나 예수님은 스스럼없이 병자들의 손을 잡아주셨다. 


큰 죄인으로 낙인이 찍혀서 많은 사람들에게 소외받던 세리 자캐오에게도 “어서 내려오너라. 내가 오늘 너의 집에 머물러야겠다”며 식탁에서 음식을 함께 먹으면서 위로의 말을 건네주셨다. 그래서 자캐오가 회개하고 자신이 그동안 애지중지 모았던 재산을 상당히 많이 주변 사람들을 위해 내놓는 변화의 기적을 보여주셨다. 그리고 남들로부터 손가락질 당하던 향유를 바르던 여인의 마음도 어루만져주셔서 그 여인이 진심으로 변화되는 모습도 볼 수도 있었다.


이처럼 변화를 가져왔던 가장 원천적인 힘은 예수님께서는 죄인들과 소외 받던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으시고 함께 식사를 하면서 교감을 나누었기 때문이다. 빵을 함께 나누어 먹는다는 것은 단지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받아들이고 교감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그리스도교에서 빵을 함께 나누는 식사의 모습을 재현한 것이 ‘성찬예식’이다. 그래서 ‘빵의 나눔’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야 ‘성체성사’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고 하신 말씀은 단순히 ‘전례의식’으로 예수님의 최후만찬을 기념하라는 뜻이 아니다. 당신의 뜻을 받아들여서 당신이 행하신 사랑의 행위, 사랑의 삶을 실천하라는 말씀이다. 


우리들도 올바른 신앙의삶을 살고자 한다면 예수님처럼 자신을 빵으로, 밥으로 함께 이웃과 나눌 각오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예수님의 사랑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