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어린 소녀의 기도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3-13 01:39 조회수 : 91

어린 소녀의 기도 


아주 오래전 신학생 시절에 보았던 단막극 형태의 영화가 생각이 났다. 제목조차 생각이 나지 않는 영화로 그리 길지 않았었는데 신학생들의 영성적인 교육을 위해서 의무로 보았던 영화였다. 


꿈은 삶을 아름답게 승화시켜 주고 희망을 안겨주는 씨앗이다. 이 씨앗을 얻기 위해, 늘 잠자리에 들기 전에 기도하는 소녀가 있었다. 이 어린 소녀의 기도의 핵심은 그녀가 그토록 만나고 싶어하는 예수님을 꿈속에서 만나기를 원하는 것이다. 살아있는 예수님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예수님이 하시는 말씀을 소녀가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는 꿈속에서가 아니면 소녀에게는 불가능했던 것이다. 


소녀는 성서와 교리 안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예수님의 손을 잡아보고 스스로 감촉을 느낄 수 있는 기쁨을 소망했던 것이다. 소녀가 이 꿈이 실현되기를 바라면서 매일 밤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잊지 않고 두 손을 모아 열심히 기도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어린 소녀가 소망하는 꿈은 쉽게 성취되지 않았다. 어린 마음에 소녀는 예수님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그렇게 현실에서도 아니고 꿈속에서라도 한번 뵙기를 갈망하고 오랜 날을 기도로서 지내온 것이 보람없이 무너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녀는 어느 날 잠자리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눈물을 흘린 그날 밤 드디어 예수님께서 잠든 소녀의 꿈속에 찾아와 주셨던 것이다. 소녀는 너무도 기뻤다.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시는 예수님의 손을 꼭 잡고 손을 놓지 않았다.

 

예수님은 조용히 말을 건넸다. 

“애야, 네가 늘 잠자리에 들기 전에 꿈에서 나를 만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늘밤 제 꿈속에 예수님! 꼭 찾아와 주세요. 간절히 부탁드립니다.’하고 오랫동안 기도해 온 것은 참으로 기특했다. 하지만 얘야, 기도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란다. 너의 기도가 꼭 성취하려면 ‘오늘 밤 제 꿈속에 찾아와 주세요.’ 하기보다는 예수님이 너의 꿈속에서 찾아갈 수 있도록 착하고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거란다. 네가 늘 착한 마음을 가지고 아름다운 일을 많이 한다면 네가 그렇게 밤마다 꿈속에서 나를 만나기를 원하고 고사리 같은 작은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지 않더라도 나는 너를 찾아간단다. 앞으로 나를 만나기를 원한다면 ‘착하고 좋은 일을 많이 하고 늘 아름다운 마음을 갖도록 도와주십시오.’라고 기도하고,  내가 가르친대로 실천하면 된다. 그러면 쉽게 꿈속에서 나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흔히들 우리의 기도는 자기욕구를 충족시키고자 시작한다. 참된 기도는 이기적인 발상을 떠나서 이타적인 기도가 , 기도로 소망했던 문제가 성취될 것이고 그로인해서 기쁨을 얻을 있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