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지옥과 연옥과 천국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4-15 07:00 조회수 : 92

지옥과 연옥과 천국 


날씨가 좋고 무엇보다도 부활의 기쁨이 가득한 요즘에 가장 읽기 좋은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나는 다소 어렵고 지루하지만 단테의 ‘신곡’을 추천하고 싶다. 신학생 시절에 의무로 읽고 독후감을 썼기에 내용이 가물가물해도 꽤나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의 겨울은 겉으로는 모든 것이 끝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봄을 준비하는 기간인 것처럼 우리의 죽음은 또 다른 봄을 준비하게 한다. 그 봄은 이 지상에서의 삶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에서 이뤄진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14세기 이탈리아의 시성인 단테는 그가 쓴 ‘신곡’에서 지옥과 연옥을 구경하고 천국은 아름다운 베아트리체를 안내자로 삼아 가게 된다. 단테는 신곡이란 길고도 긴 서사시를 통해서 사랑의 힘이 인간의 영혼을 구하고 하느님을 알게 되어 하느님에게 가까이 가는 것만이 인생의 목적임을 말해 준다. 


우리는 지옥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연옥을 피해서 천국으로 가는 것을 동경한다. 우리가 천국을 갈구하는 목적은 그곳에는 하느님이 약속해주신 영원한 삶이 있기 때문이다. 단테는 먼저 지옥을 찾게 된다. 지옥은 넓고 무서웠다. 죽은 자가 생전에 범한 죄만큼 벌을 받고 있었다. 아홉계로 구분되어 있는 지옥은 모두 명칭이 달랐다. 분노이라는 지옥을 비롯해서 사치, 이단, 포악, 육욕, 자살, 악의, 기만, 망은으로 나눠져 벌을 받고 있었다. 이단의 죄를 범한 자는 불타고 있는 무덤에서 악취를 풍기고 있었고 가시덤불로 병형된 자살자는 괴조에게 쪼이고 있었다. 어떤 자는 고개가 비틀린 채 뒷걸음치며 울부짖었고 또 어떤 자는 문둥병처럼 온 몸이 썩는 모습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다. 대죄를 범한 반역자는 악마 괴수에게 물리고 찢기고 있었으며 피를 흘려야 했다. 단테는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무시한 지옥의 세계를 본 것이다. 


그는 이번에는 연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연옥은 어떤 곳인가? 연옥은 생전에 작은 죄를 범하고 후회하는 사람들이 천국으로 가기 전에 속죄하는 곳이다. 이 속죄의 대가는 고행이 된다. 연옥에서의 고행이 끝나면 천국으로 입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러나 이 연옥에서도 개과천선하지 않는 자는 한없이 머물러야 한다. 여기서도 연옥은 일곱계로 구분되어 있다. 오만, 질투, 분노, 게으름, 탐욕, 과식, 음탕이 같은 명칭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정화 없이는 천국까지는 갈 수 없는 것이 바로 연옥의 세계임을 알게 된다. 결국 단테는 마지막으로 베아트리체를 통해서 천국을 안내 받게 된다. 


우리들의 최종 목적지인 천국은 축복이 넘쳐흐르는 곳이다. 하느님의 사랑 속에서 살 수 있는 아름다운 낙원이다. 신앙의 고백과 수련이 쌓여져 사랑만으로 맺어진 단일체로 융화되어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지옥과 연옥과 천국을 상징적 개념으로 이해하자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지옥과 연옥과 천국의 차이점이 어떤 의미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 볼 필요가 있다. 하느님과 살기를 희망하는 신앙인의 올바른 자세를 요구하는 것이 단테의 신곡의 핵심적인 내용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