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중심'을 갖고 살자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4-26 06:49 조회수 : 46

 ‘중심’을 갖고 살자 


제주도에 가면 시간을 내서 박물관이나 작가들이 그림을 전시하고 있는 장소를 방문하곤 한다. 그중에서 기억이 남는 작품이 있다. 동양화가 이왈종 화백의 판화 그림이다. 작품의 색상이 너무나도 화려해서 동양화의 전통적인 느낌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의 대표작은 <제주 생활의 中道> 시리즈이다. 그가 표현하고 있는 중도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갈등을 치유하여 화합으로 이끄는 것이다. 주체와 객체가 따로 없고, 호불호에 대한 일체의 편견이 없는 세계를 추구하는 것이기도 작가의 의도다. 


내가 이해하고 있는 ‘중심’도 바로 이런 것이다.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그 전체를 보다듬고 아우르는 것이 바로 ‘중심’이다. 기쁠 때는 슬픔을 , 건강할 때는 질병을, 명예를 누릴 때는 모욕과 수치심을, 부귀를 누릴 때는 가난을 바라 볼 줄 알아야 한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 쪽만 취하고 다른 한쪽을 버려서는 안된다. 그런 식으로 한쪽에만 집착하면 어떤 경우에도 ‘중심’을 잡을 수 없고 결국 참된 힘이 나올 수 없다.


그렇기에 마음의 고요를 유지하려면 반드시 ‘중심’을 붙잡고 있어야 한다. ‘중심’을 유지하고 있으면 모든 상황과 감정에 기울어지지 않게 된다. 치우침 없이 마음껏 기뻐하고 마음껏 슬퍼하며 마음껏 의기양양하고 마음껏 우울함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감정이 전부인 양 빠져들거나 휘둘리지 않고 균형과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된다. 감정의 격렬한 기운과 움직임에 충실하면서도 마음이 고요가 있으며, 그곳으로부터 참된 내적 에너지가 솟아나온다.  


이런 식으로중심 붙들고 마음의 고요를 유지하며 힘을 키운다는 것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한두 생각에 집중한다고, 한두 차례로 움직여본다고 간단히 해결될 일이 아니다. 오랜 수련이 필요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신학생 시절과 지금까지도 이런 노력은 지속되어 왔고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다. 하기야 세상 모든 일들이 오랜 연습과 숙련이 필요치 않은 것은 없다. 그렇기에 균형잡힌 삶을 살기 위해서 우리 모두 용기를 내서 길을 한번 걸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