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군중심리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4-18 06:27 조회수 : 53

군중심리 


사람이 동물과 차별되는 차이점은 자유를 누릴 줄 안다는 것과 행위에 대해서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각자가 떠맡는 책임 능력의 크기에 따라서 인간의 성숙도를 판단 받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는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가 같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같은 사람이라도 어떻게 행동하고 책임을 지느냐에 따라서 매번 평가가 달라지곤 한다. 


예를 들어, 사람이 잠을 자는 동안에는 인간으로서의 그 특성을 거의 다 벗어 놓는다. 그래서 잠든 사람과 잠자는 동물은 거의 같은 모습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잠’은 예전부터 키를 잃은 배처럼 이리저리 밀려다니는 인간의 처지를 비유하는 데에 흔히 사용되어 왔다. 취생몽사라는 말이 있다. 술 취한 사람의 몸이 그의 의지와는 아무 상관없이 이리저리 비틀거리고 뜻도 없는 말을 지껄여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자유와 의지력을 상실했다는 점에서 그가 잠들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술 취한 사람의 말은 가치를 평가절하 받았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상식이 되었고, 그래서 거꾸로 너무나 엉뚱하거나 황당무계한 말을 하는 사람을 술에 취한 인간으로 비유하고 의심해 보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 되었다. 사도행전에서도 성령을 체험한 사도들의 말과 행동을 보고 술에 취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자유와 책임 부담 능력이라는 같은 기준을 놓고 볼 때, 사람이 인간으로서의 특성을 잃게 되는 또 하나의 예를 우리는 ‘군중’을 이루고 있을 때의 행동에서 볼 수가 있다. 군중 속에 끼어 있는 인간이 얼마나 자유와 책임부담 능력을 상실하고 군중 특유의 무책임성과 비이성적이고 충동적인 행동 양식을 보이는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운동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사람들을 한번 살펴보자. 남녀노소, 평소에 근엄한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별로 없이, 모든 사람들은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의 행동이나 표정에 따라서 최면이라도 걸린 듯이 웃고 화내고 소리를 지른다. 그러다가 갑자기 한쪽 구석에서 몇 사람이 급하게 뛰어나가면 옆에 있던 사람들도 무조건적으로 옆 사람의 행동을 따라한다. 그러면 그곳은 삽시간에 난장판이 되고 만다. 이런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군중이라는 것이, 자유와 책임으로 특징지어지는 인간성과는 얼마나 거리가 먼가를 쉽게 알 수 있다. 운동장에서 웃고 울던 사람도 집에 돌아와 정신을 가다듬은 다음에 자기가 왜 그랬던가 하고 생각한다면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