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함께 사는 사회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5-26 06:19 조회수 : 40

함께 사는 사회 


어제 아침에 글을 쓰려고 하는데 핸드폰이 바쁘다. 매달 25일은 각종 후원회비가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날이라서 인출이 되었다는 문자가 계속오고 있다. 시골 학교에서 근무를 할 때 돈을 쓸 일이 별로 없어서 몇 군데 후원을 더 들었더니 10여군데가 넘는다. 본당을 맡아서 돈을 쓸 일이 많은 도심지에서 근무를 하지만 여전히 후원회비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신자들에게 물질적인 선행을 강조하면서 내가 외면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도심지에서 근무를 하는 지금은 외출을 하려고 하면 몇 천원을 꼭 챙긴다. 특히 대중교통을 타고 외출하려면 반드시 필요하다. 전철비나 버스비는 교통카드로 해결하면 되고 소소한 커피나 비용은 신용카드로 해결하면 되기 때문에 지폐가 굳이 필요 없지만 길을 가다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챙기는 것이다. 그들의 손에 천 원짜리 지폐를 주면서 요즘처럼 현찰을 갖고 다니지 않는 시대에는 잔돈 몇 푼 얻기도 쉽지 않겠다고 생각을 하니 나라도 열심히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우리 사회에는 여러 가지로 어려운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이 있다. 노숙자나 정신적 혹은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들, 불치의 병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 가족들이 서로 피치 못 할 사정으로 헤어져 살고 있는 사람들....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은 오로지 사람 탓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만든 정치, 사회, 경제제도 등 각종 제도는 우리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틀이지만 이 틀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허점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고통을 받고 있다. 제도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생겼다면 이들이 여기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역시 사람이 해결해야 한다. 신자들에게 이 구석을 채우는 것은 바로 예수님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사랑이고, 사랑을 바탕으로 모든 사람들이 더불어 살자는 행위가 자선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외출을 하면서 지폐 장을 챙기는 것은 그런 삶을 실천하고 싶어서이다. 흔히자선하면 보통 사람은 없는 일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어 놓고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특별한 일로 생각하기 쉽다. ‘동전 바구니에 동전이나 원짜리 지폐를 넣어, 말아?’하고 고민하는 보통 사람은 그처럼 훌륭한 일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어려운 사람을 위한 모금운동을  보게 되면 공감을 하면서 후원회비나 일시적으로 돈을 내기도 한다. 갖은 중에서 많은 돈을 내라고 하면 망설이지만 조그마한 일부라면 어느 때라도 내어 놓을 있는 분들이 주변에는 많이 있다. 교무금이나 헌금도 그런 정신을 갖고 내는 재물 봉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재물은 하느님의 소유이고 우리는 사용권을 부여받았을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쉽게 우리의 마음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