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산처럼 생각하기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7-13 05:30 조회수 : 47

산처럼 생각하기 


연수원 주변에 있는 천보산에 간만에 올랐다. 장마 중이라서 온 몸이 땀으로 젖었지만 산을 오를수록 기분이 좋았다. 전에는 없었는데 산 중턱에 있는 바위에 누군가 자그마하게 낙서를 해 놓았다. ‘산처럼 생각하기’ 처음에는 자연을 파괴하고 낙서를 한 것에 대해서 불쾌함을 느꼈지만 그 내용은 참으로 멋진 말이다. 산을 사물의 주관자로 보는 시각이 새로웠다. 그동안 우리는 알게모르게 서양의 시각인 이분법으로 사물을 판단해왔다. 이분법의 시작은 데카르트 철학자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인간중심 그 중에서도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시작된 것이다. 세상을 생각하는 주체를 ‘나’와 ‘나’ 아닌 것으로 구분했고 ‘나’ 아닌 것은 모두 내 생각의 대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나부터 ‘나’의 경험과 지식에 근거해서 이 세상을 규정해 놓고 ‘나’의 이해관계에 따라 세상을 판단하면서 살아왔다. 


특히 과학은 ‘나’의 경험을 절대적 진리인 양 착각하게 만드는 경향을 더욱 강화시켜주고 합리화 시키는데 일조했다. 과학발전은 신조차도 분석의 대상으로 만들고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분석하고 생각할 줄 아는 인간만이 문명화됐다고 착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더 어처구니 없게도 인간들 자기들 멋대로 하느님이 창조하신 피조물들을 상위자와 하위자로 구분을 지어버렸다. 심지어는 같은 인간들끼리도 근거없이 피부색깔로 우열을 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가 그토록 맹신했던 과학이 발전하면 할수록 과학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했다. 


기존의 개념으로 산은 단지 위안과 휴식의 공간일 뿐이었다. 그래서 무생물인 산이 생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왔는데 그 산을 빗대어 ‘산처럼 생각하라’는 것은, 과학과 문학을 넘어서는 심오한 철학이 그 안에 담겨져 있다. 그동안 우리들은 산에 올랐다가 조난을 당하면 대개 등산객의 준비성이나 조심스럽지 못한 행동을 탓해왔다. 아니면 피할 없는 자연재해 정도로 생각해왔다. 모든 것을 우리 중심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옛사람들은 산을 노하게 만들어서 그리 되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말을 전적으로 동의 하기는 어렵더라도 적어도 우리 선조들은 산을 엄연한 사고의 주체로 인정하고 산에 오를 때는 산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몸가짐이나 행동을 조심. 여기에는 인간의 이성으로는 파악할 없는 산의 신비한 능력을 존중한 것인데, 이것은 옛사람들이 무지해서가 아니라 수없이 경험한 끝에 얻은 일종의 철학과 지혜가 담겨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들도 오늘 하루를 살면서 '자기 중심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