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성찰하는 교회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6-02 06:00 조회수 : 41

성찰하는 교회 


며칠 전에 일본에서 G7 회의가 있었다. 각국의 지도자들이 세계의 평화와 양극화에 대해서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너무나도 자주 보는 모습이라서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다. 정작 기득권인 선진국들이 그 간극을 메우려는 행동은 하지 않고 그저 립서비스만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은 절망하며 빈곤의 대물림을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양극화는 두 세상, 사람이 사람다운 세상과 사람이 아닌 세상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게다가 자본이 노동을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교묘하게 인간의 공동체 삶을 거리낌 없이 파괴한다. 약육강식과 무한 경쟁이 상식으로 통용되는 사회는 필연적으로 낙오자를 양산하고, 그들을 보잘것 없는 사람, 쓸모없는 사람으로 취급한다. 


우리 신앙인은 자주 물어야 한다. 이 세상에서 교회는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야 할까? 교회는 어떻게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가? 이 물음에 대해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성사와 같으며.... 하느님과 이루는 깊은 결합과 온 인류가 이루는 일치의 표징이며 도구”(교회헌장 1항)로서, “성령의 인도로 그리스도께서 하시던 일을 계속하는 하나의 목적을 추구한다”(사목헌장 3항). 


교우라면 예수님께서 하시던 일이 무엇인지를 모를리가 없다. 그분이 하신 일을 외면하고 복만을 추구하고 있다면 그것은 잘못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백성에게 구원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셨으며 가장 보잘것없는 이를 벗으로 삼아 그를 섬기셨다. 예수님의 선포와 가르침과 행적은 바로 지상에서의 하느님 나라 실현이었으며 아버지의 뜻을 땅에서 이루도록 동참해야 한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루카 1,18-19)하는 그 일이 당신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졌음을 밝히셨다. 이 말씀은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마태 25,40)이라는 말씀을 떠올리게 한다. 


굶주리고, 목마르고, 헐벗고, 병들고,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수를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데 교회가 그들을 외면한다면 세상은 결코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아버지의 뜻도, 예수님께서 실현한 아버지의 나라도 아닐 것이다. 예수님께서 하시던 일을 계속하는 것은 고사하고 화려한 성전 안에서만 거룩한 목소리로 주님을 노래한다면 겉은 그리스도의 교회일 있으나 실제로는 그리스도의 교회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우리들은 그리스도께서 하시던 일을 계속하여 교회의 본래 모습을 드러낼 있는 기회가 있음에 감사해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