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별이신 수녀님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6-23 05:02 조회수 : 58

별이신 수녀님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이었다. 신학생 시절 영등포역 앞에 있는 공부방에서 방학 때마다 몇 년 동안 봉사를 했었다. 당시 공부방에는 외국인 수녀님 두 분이 봉사를 위해서 살고 계셨다. 수녀님들은 어렵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곳에서 살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처음에는 사람들의 텃세와 배타성 때문에 한동안 고생을 하셨다고 한다. 당시 영등포역 근처에는 창녀촌이 있었고 판자를 세워서 지은 집들로 가득했다.

 

도시 한복판이었지만 윤락 여성, 걸인, 윤락 여성의 자녀들, 장애인들이 많이 살았다. 봉사를 위해서 처음 갔을 때는 30대 초반이었는데도 주변환경이 너무나도 낯설고 무서웠다. 주변도 환경도 어지럽고 더러웠고 그곳에 사는 아이들도 보통 거친게 아니었다. 10살 미만의 아이들도 욕을 거칠게 했고 심지어는 자기들끼리 싸울 때도 흉기를 들기도 했다. 그들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태어날 때는 어느 집 아이와 같았지만 자라면서 주변 환경을 보고 배워서 자연스럽게 거칠어진 것이다. 


그리고 보니 그곳 사람들은 세상으로부터 철저하게 소외받고 버림받았으며 가난과 병에 지친 사람들이었다. 그런 곳에서 수녀님들이 그들의 벗이 되어 함께 살고 계셨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그들에게는 힘이 되어 주었던 것이다. 힘들고 온통 불편한 일들 투성이었지만 수녀님들은 일체 내색하거나 귀찮아하지 않으시고 늘 미소로 그들을 대하셨다. 특히 가장 약자이면서 소외받던 아이들을 공부방에서 지낼 수 있도록 돌보아주셨고 아이들에게 음식과 옷 그리고 학용품까지 늘 챙겨주셨다. 


나는 글을 쓰면서 영등포역 쪽방촌에서 만났던 맹인 할아버지의 말씀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나는 하느님이 누군지, 정말 계신지도 모르지만, 수녀님들이 우리들 곁에 오셔서 우리들을 위해 사시는 것을 보면 하느님이 계신 것 같아요. 수녀님들이 믿는 하느님이시니까요.” 

당시에 영등포역 쪽방촌의 수녀님들은 주변 사람들에게는 하느님이 보내주신 별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