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인생을 낭비한 죄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6-22 05:31 조회수 : 58

 인생을 낭비한 죄 


새벽 4시에 일어나서 글을 쓴다고 하니 나를 보고 대단하다고 하시거나 피곤하지 않으시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사실 피곤하기도 하지만 그동안 내가 살면서 하느님이 원하시는 만큼 시간을 쓰지 못하고 낭비한 것같은 마음이 들어 일종의 보속하는 마음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멈출 수가 없다.


시간하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서 재미가  별로없지만 이상하게 끌린 ‘빠삐용’이다. 주인공은 살인누명을 쓰고 무기수로 당시에 지옥보다 더 끔찍한 곳이고 인정되던 남아메리카 기아나에 있는 감옥에 수감된다. 그러나 주인공은 자신의 죄를 인정할 수 없어서 탈옥을 시도하다가 실패하여 독방에 갇히게 되면서 어둠과 허기와 공포로 착란증세에 빠진다. 그는 비몽사몽간에 심판관 앞에 서게 되는데 그에게 살인죄가 아니라도 인생을 낭비한 죄가 커서 용서받을 수 없다는 판결을 받는다. 그러나 그는 기어이 탈출하여 자유의 몸이 된다. 


영화를 본 사람들 중 누군가는 끝내 탈출에 성공한 빠삐용의 자유를 향한 의지와 집념에 탄복하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탈옥을 감행한 그가 탈출 후에는 평범한 시민으로 살다가 병사했다는 에필로그에 더 감동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면 나에게 있어서 ‘빠삐용’이라는 영화는 어떤 의미였을까? 지금 답을 하라고 하면 ‘인생을 낭비 한 죄’ 라는 한마디 대사로 기억되는 영화다. 살아가면서 시간을 낭비한다고 생각되면 나도 모르게 떠올리는 영화가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어떤 뜻이 담겨 있을까를 궁금해 한다. 그러나 자신만의 몫으로 주어진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을 하게 된다. 불꽃처럼 뜨겁고 치열한 삶을 원하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헛되이 보냈던 지난 시간들, 강한 열망과 높은 목표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그저 내일을 위한 하루라고 생각하는 일상의 되풀이임에 절망을 하기도 한다. 


인생이라는 거대하고 찬란한 시간들 안에서 오늘이라는 하루의 시간이 너무나도 시시하게 흘러간다면 나의 시간들은 좀먹고 황폐하게 될 것이다. 인생을 한참 산 지금에야 타성에 젖어 나태하게 살아갔던 지난 날들의 공허함을 본다. 그동안 수없이 나를 넘어뜨린 것은 바로 자신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 내게 주어진 시간을 결코 헛되이 흘릴 수 없다는 초조함을 극복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이제서야 온갖 상념으로 부터 해방 중이며 하느님으로부터 초대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