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현재만이 내 것이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6-28 04:57 조회수 : 46

현재만이 내 것이다 


현대인들은 불확실의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 산업과 물질문명이 발전했지만 그만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면서 살고 있다. 그리스도교의 원죄설이 아니더라도 정신 구조에 어떤 근본적인 고장이 생긴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보면서 현재의 삶을 더욱 충실하게 엮어갈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났지만, 오히려 그 능력 때문에 과거나 미래에 집착하느라 가장 소중하고 확실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현재를 착실하게 살지 못하고 흘려보내는 일이 부지기수이다. 그래서 인류의 위대한 스승이나 사상가들은 과거와 미래도 중요하지만 현재를 단단히 움켜잡는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해 왔다. 


철학자이며 수학자인 파스칼은 이런 상황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린 현재에 멈춰 서서 거기에 충실할 줄을 모른다. 우리는 흔히 미래가 너무 더디게 온다 하여 억지로 앞당기려 들거나, 반대로 과거가 너무 빨리 지나갔다 하여 그 기억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아쉽게도 아직 우리 앞에 오지도 않은 시간을 마냥 기다리느라 우리가 움켜쥘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을 놓치고 만다. 또 우리는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에 연연하다가 우리가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을 흘려보낸다. 그것은 현재가 우리에게 상처를 입히기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가 우리에게 괴로움을 주기 때문에 눈앞에서 치우고 싶다는 경향이 있다. 또는 현재의 삶이 대단히 만족스럽다면 감사하기 보다는 놓쳐버릴까 전전긍긍한다. 지금 이 순간 각자의 생각을 되돌아보면, 역시 온통 과거나 미래로 차 있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한 번도 제대로 된 현재를 살지 못하고, 삶을 미래에 두고 희망하고 기대할 뿐이다. 행복하게 될 채비만 한다면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없다.”


과거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우리들에게 예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고, 너는 가서 하느님의 나라를 알려라”(루카 9,60).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도 그분은 적당한 말씀을 주셨다. “그러므로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것이다.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다”(마태 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