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초대장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7-15 20:58 조회수 : 75
하느님의 초대장
가끔 속상한 일이 생기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현실은 인간은 혼자서는 절대로 살 수가 없기 때문에 늘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각종 모임이 있기 마련이다. 잔치가 되었든 장례가 되었든 간에 여러 사람으로부터 초대를 받으면서 살고 있다. 그와 반대로 내가 초대하는 예도 있다. 그래서 이웃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복음에 혼인 잔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임금이 자기 아들의 결혼식에 많은 사람을 초대해서 화려하게 잔치를 하고 싶어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혼인 잔치에 초대 받은 사람 중에 상당수가 초대에 응하지 않았다. 그들은 생업이나 그 밖의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면서 잔치의 초대를 외면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면 왕은 자신의 권위가 떨어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화가 난 임금은 초대받지 않은 자들까지도 불러 모아서 잔치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문제는 초대받아서 온 사람 중에 가장 기본적인 복장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온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왕은 그를 손과 발을 묶어서 밖으로 쫓아낸다.
이 비유의 말씀은 여러 가지의 해석을 낳을 수 있지만, 오늘은 세례를 받은 신앙인들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하느님께서는 세례를 통해서 우리를 하늘나라에 초대하고 계시지만, 불행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이 초대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고 있다. 복장을 갖추고 잔치에 참석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가야 한다는 당위성을 알고는 있지만 현실의 삶에만 매달려 하느님의 초대를 거절한 것이다. 그리고 초대에 응했더라도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초대에 응하지 않으면 하늘나라 잔치에서의 추방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셨다.
성경의 다른 부분에서는 하느님의 초대를 기꺼이 수락한 사람이 어떤 축복을 받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구약에서는 아브라함이 하느님의 초대를 받아들여 ‘믿음의 조상’이 된다. 신약에서는 마리아가 하느님의 초대를 수락하여 ‘믿는 이들의 어머니’가 된다. 아브라함과 마리아는 하느님의 초대에 우선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도 주어진 삶의 현실이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고 하느님의 초대에는 적극적으로 응해야 한다. 신앙인의 지상 여정은 구원의 잔치를 준비하고 계시는 하느님이 초대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면서 무엇보다도 우선해서 믿음으로 마음의 문을 열고 하느님의 초대를 받아들일 때, 우리에게도 아브라함이나 성모님처럼 구원의 영광이 주어진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한다. 우리의 하루도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신 구원의 잔치에 참여해서 영원한 생명을 얻고 참 기쁨과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