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하느님께서는 대화를 원하신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5-25 21:02 조회수 : 72

하느님께서는 대화를 원하신다


심하지는 않아도 당뇨환자로 사는 삶은 늘 피곤하다. 먹는 것도 조심해야 하고, 음식 섭취 후에 혈당의 변화에 대해서는 늘 민감하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는 팔에 '혈당 패치'를 붙이고 있다. 혈당의 수치가 핸드폰과 연동이 되어 있어서 관리하기가 편하다. 특히 외식을 하면서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을 먹은 후에는 몸에 혈당 스파크가 오는 것이 느껴져서 핸드폰을 수시로 보게 된다. 이것이 때로는 남들에게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자칫 상대방은 자신이 싫어서 지루해서 핸드폰을 보는 줄 착각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서 자제를 하려고 노력하지만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보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잠시만 고개를 들어보면,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자신의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정말 많이 보게 된다. 뿐만 아니라 식당이나 찻집에 들어가보면,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서도 제각각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대화가 만남의 전부는 아니다. 서로 아무런 말 없이 있더라도 그 눈빛만으로 또 함께 있는 느낌만으로도 좋은 만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서로의 눈빛, 몸짓만으로 상대방의 생각과 마음을 알수 있는 단계가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의 기도 생활도 하느님과의 대화이다. 하느님과 대화하면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어떤 분이신지를 더 잘 알아듣게 되고 또 우리의 마음과 생각도 하느님께 알려 드리게 된다. 기도가 ‘하느님과의 만남이요 대화’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고해성사를 하면서 많은 신자들이 ‘기도 생활을 열심히 하지 못했습니다’라고 고백을 한다. 기도 생활을 열심히 하지 못한 것, 이것이 왜 죄가 될까? 죄라는 것은 하느님의 마음을 아프게 해 드리는 것이다. 우리의 잘못된 행위  자체가 죄가 되지만, 기도를 통해서 하느님을 만나야 하는데 외면하는 것도 죄가 되는 것이다. 


기도 생활이 정해진 형식을 따라서 하는 좁은 의미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도는 하느님과의 만남이요 대화라는 넓은 의미로 이해한다면, 기도 생활을 잘하지 못했다는 것은 결국 일상에서 하느님을 외면하는 삶을 살았다는 뜻이다.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우리를 만나고 싶어 하시면서 우리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신다. 그런 하느님을 만나려 하지 않는 우리의 모습이 바로 ‘기도 생활을 잘못한다’라는 의미일 것이다.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아서 ‘죄’로 고백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찾으려 하지 않아서 마음을 속상하게 해 드렸다고 고백할 때 참다운 의미의 ‘화해’의 성사가 된다.

만약 당신이 하루 종일 밖에서 힘들게 일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가족들이 각자의 방에서 나오지 않고 TV 시청하거나 스마트폰만 보고 있다면 서운하고 속상할 것이다. 하느님께서도 우리가 당신과 함께 말을 건네기를, 당신 말씀을 알아듣기를 지금 순간에도 원하시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