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술래잡기와 추억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2-27 19:14 조회수 : 126

술래잡기와 추억


일 년 동안 베트남을 4번이나 왔는데, 대부분은 도안 요셉 신부의 병문안이나 치료비를 전해주기 위해서 왔다. 방문하면서 매번 느끼는 것은 빠른 속도로 변화되고 있다는 점과 그들의 전통도 물질적인 유혹에 역시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고 강하게 느꼈다. 한편으로는 한국 사람인 나에게 친절하고 한국말을 해도 어느 정도 소통이 된다는 것이다. 아마도 경제적, 문화적인 영향이라고 생각되니 흐뭇한 마음이 든다.


‘오징어게임’이라는 드라마가 전 세계를 휩쓸고 지나갔다.  드라마가 너무 유명해져서 출연했던 분들은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고 게임등 모든 것이 주목받았고, 제작사에서는 얼마를 벌었다는 등의 뒷이야기도 많았다. 그러나 나는 보지 못했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면 보지 않았다. 내 추억이 담긴 이야기를 유료콘텐츠로 본다는 것이 싫었다. 우리가 자랐던 시절은 참으로 가난한 시기여서, 텔레비전은 고사하고 라디오도 드물었다. 집에 텔레비전이 있으면 동네에서 목에 힘을 주고 다닐 정도였다. 


요즘의 아이들이 노는 것과 옛날 아이들이 노는 것은 사뭇 다르다. 지금의 아이들은 혼자서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비해서 옛날 아이들은 같이 어울리며 놀았다. 어릴 적 동네에서 즐겨했던 놀이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술래잡기라는 놀이였다. 아무런 도구 없이 몇 명의 친구만 있으면 얼마든지 어울릴 수 있는 대표적인 놀이였다. 가위 바위 보로 술래를 정하고 술래가 전봇대나 벽에 얼굴을 대고 두 눈을 감은 뒤 일정한 숫자를 세는 동안 나머지 친구들은 나무 뒤, 변소 안, 담벼락 뒤, 장독대 등 각자의 장소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숨어버린다.


숨는 곳도 제각각이어서 여간해서는 눈에 띄지 않았다. 숨은 사람은 자신의 근처로 술래가 다가오면 가슴이 콩닥콩닥 사정없이 뛰었다. 그리고 힘껏 뛰어나갈 준비를 하곤 했다. 때로는 너무 깊숙이 숨어 술래가 끝내 나를 찾지 못해서 오히려 안절부절못하면서 애를 태운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놀이에도 변하지 않는 공식은 있었다. 놀다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를 정도로 몰입을 하게 되는데, 결국에 엄마가 저녁 먹으라는 외침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끝났다.


어른이 된 지금은 누구도 술래잡기 놀이를 하지도 않고 나를 불러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꽁꽁 숨어 있는 나를 누군가 찾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엔 변함이 없다. 누군가 내 삶을 주목해서 바라봐주기를, 숨은 내 이름을 누군가 따뜻하게 불러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더욱더 간절하다. 삭막한 세상, 때로는 내가 술래가 되어 꽁꽁 숨어 있는 지나간 내 친구들의 이름을 크게 불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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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안 요셉 신부 병자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