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한 주전자의 물이면 충분합니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2-26 20:51 조회수 : 97

한 주전자의 물이면 충분합니다


전쟁은 지구 어딘 가에서는 항상 일어나고 있다. 그 전쟁이 나하고는 별로 상관이 없다고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다. 내가 있는 이곳 베트남도 우리 세대들은 치열했던 전쟁의 장소로 기억되고 있다. 베트남 전쟁은 1974년에 끝났지만 기억이라는 것은 그 만큼 바꾸기가 쉽지 않다. 유럽의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을 보면서도 두려운 마음이 든다. 힘이 있는 국가가 명분만 만들면 쉽게 벌어지는 게 전쟁이다. 전쟁으로 인해서 모든 필수품들의 원자재가 폭등하고 전 세계가 고물가로 헤매고 있지만 소수의 국가는 전쟁을 이용해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 하고 있다.  고물가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석유와 식량은 많은 국가의 국민들을 힘들게 만들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석유는 인간이 생존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원은 맞지만 가장 중요한 자원은 아니다. 물론 석유 없이 산다는 것을 생각하기 힘들 만큼 지금의 세상은 석유에 의존하고 있지만, 지구 위에서 인간이 살아온 시간을 생각해보면 석유를 사용하면서 산 시간보다는 석유 없이 산 기간이 훨씬 더 길었다. 석유가 없으면 불편할 순 있어도 생존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물이 없으면 어느 누구도 생존할 수가 없다. 인간은 물론 뭇 짐승과 식물,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들은 그 누구도 예외 없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 


물하면 나는 간디의 일화가 생각이난다. 간디가 네루와 함께 알라하바드라는 도시에 머문 적이 있었다. 당시 숙소에서 총리인 네루는 간디가 쓸 세숫물 한 주전자를 직접 가지고 왔다. 네루는 인도 정치적인 문제를 이야기하며 세숫물을 부어주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세수를 다 끝내지 못했는데 물이 떨어지고 말았다. 네루는 물 한 주전자를 더 가져오겠다고 했다. 그때 간디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내가 세수를 끝내기도 전에 주전자에 있는 물을 다 써버렸다는 말입니까? 이렇게 낭비를 하다니! 나는 얼굴을 씻기 위해 한 주전자 이상의 물을 쓰지 않습니다.”

네루 총리가 말하길 “이곳 알라하바시는 갠지스 강과 아무나 강이 흐르고 있어서 물이 풍족합니다. 이곳은 당신의 고향인 구자라트의 마른 사막이 아닙니다.”

그러자 간디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이 도시는 물이 풍족하고 도시는 위대한 두 강으로 축복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내 몫은 얼굴을 씻기 위한 한 주전자의 물이 전부입니다. 더 이상은 내 것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이 세상에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탐욕을 부린다면 무엇이든지 부족하기 마련이다. “내 몫의 물은 한 주전자가 전부입니다”라고 했던 간디의 말 속에서 물질의 과욕을 추구하면서 살아가고 우리들에게 커다란 울림을 주고 있다. 욕심은 소금과 같은 것이라 먹으면 먹을수록 갈증을 유발한다. 물질로 내 마음을 충족하기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오늘 하루 동안 간디의 물 한주전자의 의미를 새기면서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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