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계셔서 행복합니다
새벽 3시 30분에 눈을 떴다. 평상시에도 일찍 일어나는 편이지만 살짝 긴장을 하니 더 이상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늦잠을 자서 비행기를 놓치는 불상사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겠지라는 조바심 때문이었다. 잠을 깨기 위해서 커피를 한잔 마시고는 여권과 달러 그리고 한국과 베트남 돈을 챙겼다. 있는 돈 없는 돈을 긁어모으니 제법 돈이 많았다. 출국 준비를 위해서 이것 저것을 챙기다가 혹시 도안 요셉 신부가 필요한 것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전화를 하다가 깜짝 놀란 사실이 있었다. 수술을 위해서 들어가는 돈이 천오백 만원이 넘는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베트남 노동자의 봉급이 50만원이 채되지 않는다. 도안 신부의 가정 형편을 알고 있었기에 너무나도 큰돈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은퇴하신 어느 신부님께서 만 달러와 길음동 성당에서 칠천 달러를 송금해 주었기에 그동안 방사선 치료가 가능했고, 수술과 그 이후에 치료를 위해서는 돈이 부족하기에 갖고 있는 돈을 모두 가져온 것이다. 물론 그 중에 상당한 액수는 신자들이 도안 신부에게 전해 달라고 하신 돈도 포함되어 있다.
공항에 내려서 3달 만에 만난 도안 신부의 모습은 살이 약간 빠졌지만 암 환자라고 하기에는 건강해 보였다. 하지만 음식을 가려서 먹어야 하는 것이 달라져 있었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는 가리지 않고 잘 먹었는데 지금은 먹지 않아야 하는 음식이 너무나도 많아서 저녁을 먹기 위해서 한 시간 넘게 방황을 하다가 결국에는 쌀국수로 식사를 했다. 먹으면서 예전 신학생으로 있을 때 나에게 얻어먹었던 맛있는 음식들이며 추억으로 이야기의 꽃을 피웠다. 도안 신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속으로 다시 그 시절의 건강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성경 안에서도 간절한 이들의 기도와 청을 들어주셨던 예수님이 아니시던가....
저녁을 먹고 헤어지는데, 도안 신부가 저녁에 고향에서 형님이 수술 후에 병간호를 하기 위해서 비행기를 타고 온다고 하기에 내일은 안 만나기로 했다. 나도 호찌민은 처음이라서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마침 숙소 부근에 호찌민 대성당이 있어서 피정하는 마음으로 성당에서 보내려고 한다. 나의 바람대로 성당 문이 열려있으면 오전 내내 도안 신부를 위해서 조배를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성모상 앞에서 묵주기도를 하면서 도안 요셉신부가 하느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고, 성모님의 간구로 치유의 기적이 일어나길 간절히 청할 것이다.
오늘 글을 쓰면서 많은 신자분들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도안 요셉 신부와 백춘조, 서진우 신부가 훌륭한 사제가 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고 기도해주셨음을 잊지 않겠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훌륭한 사제는 훌륭한 신자들이 만들어 주신다는 것을 이번에도 뼈저리게 느꼈다. 감사하다는 말씀과 함께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린다는 청을 감히 해본다. 우리 사제들이 비록 부족한 삶을 살고 있지만 앞으로도 더욱더 신자들을 사랑하고 예수님의 제자로써 최선을 다해서 살아갈 것을 모든 사제들을 대표해서 감히 약속을 드린다.
이번 베트남의 방문으로 몸과 마음은 피곤하지만 많은 것을 깨우칠 수 있었던 참으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진심으로 감사하고 여러분이 계셔서 행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