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이 그리운 이유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9-28 03:03 조회수 : 69
마중물이 그리운 이유
지금은 시골에서도 대부분은 수도물을 사용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집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은 우물을 이용했고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집만이 펌프를 사용했다. 우리나라 지하수는 대부분이 경수여서 연수인 수도물보다는 빨래나 설거지하는데 여러모로 불편하다. 여인들은 우물터에서 물을 길거나 빨래를 하면서 온갖 소문과 소식을 얻을 수 있었다. 우물터는 정보가 모이는 중심이어서 정서적인 의미에서 마을의 중심이었다. 물을 길러 나가면서 사람들도 만나는 지금으로 치면 카페같은 역할을 하던 장소였다.
그러던 우물터 문화를 사라지게 한 것은 펌프의 등장하면서 부터였다. 각 가정마다 펌프가 설치되기 시작하면서 우물은 사라져갔고, 물을 매개체로 만나던 모임도 다른 형태의 만남으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펌프도 우물처럼 사라지게 된 것은 집집마다 수도가 들어오면서다. 우물이나 펌프를 쓰던 일이 추억으로만 남았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새로운 것의 등장은 이전 세대의 많을 것들을 추억으로 만들어 버린다는 생각을 해보니 우리의 인생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을 해보게 된다.
펌프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펌프를 사용해서 물을 얻기 위해서는 한 바가지 물을 붓고 열심히 작두질을 해야 한다. 이때 사용되는 물을 우리말로 ‘마중물’이라 불렀다. ‘마중’이란 말이 ‘오는 사람이나 손님을 나가서 맞이한다’라는 뜻이니, 작두질에 앞서 먼저 들어가서 물을 불러내는 의미로는 썩 어울리는 말이다. 마중물은 일단 물을 끌어올리면 그 역할은 다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단해 보이지않는 마중물이 있어야만 맑고 시원한 물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꼭 필요한 물이었다. 하지만 '마중물'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펌프를 사용하진 않아서 그 말을 사용하지는 않게 되었지만 그 의미 만큼은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대단하진 않지만 그 존재가 없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역할을 하는 마중물처럼 이 사회 안에서 두드러지는 않지만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킴으로써 이 사회와 국가에 원할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들이 비록 이 사회에서 주역은 아닐지 모르지만 없어서는 절대로 안되는 이 시대의 마중물이라고 생각된다. 마중물이 있기에 맑고 시원한 지하수가 올라오는 것처럼, 메마른 이 시대에 사랑과 신뢰의 물줄기를 회복시켜줄 마중물과 같은 사람들이 그리운 것은 나만의 생각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