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천주교인의 몸짓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7-11 06:22 조회수 : 61

천주교인의 몸짓 


나비의 작은 몸짓 하나가 지구 반대편에 거대한 폭풍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론이 이른바 나비효과인데, 이는 작은 일이 예상치 못한 큰일을 일으킬 때 쓰이는 말이다. 그럼  천주교 신자들에게 있어서 작은 몸짓은 뭐가 있을까? 나는 신자들이 긋는 성호경도 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여러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하면서 식사를 할 때 조용히 성호를 긋고 나면 누군가 눈여겨보는 사람이 꼭 있다. “성당 다니시나봐요?” 하고 질문을 받기도 한다. 그리곤 조용히 나지막하게 말한다. “나도 예전에 세례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럴 때 세례명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답을 하면서 자신이 성당을 나간지 오래되었다고 하면서 언젠가는 다시 나갈거라는 말을 잊지 않고 한다. 비록 여러 가지 사정이나 당신의 게으림 때문에 몸은 성당에 나가지 않아도 나름의 좋은 추억과 아련함을 있기 때문 일거다. 그럴 때 내 자신도 순간 고민을 한다. 내가 신부라고 하면 상대방이 당황할 것 같아서 나 자신도 우물쭈물 할 때가 바로 그런 순간이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하루의 삶을 성찰하다보면 그 장면에서 항상 후회를 한다. 


그러고 보면 성호경을 긋는 작은 행동이 상대방과 말문을 트이게 하고, 냉담의 고백을 이끌어 내기도하고, 아련했던 성당의 추억을 떠올리게도 한다. 

예전에 유명한 배드맨트 선수와 피겨 스케이트 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전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작은 손짓으로 성호경을 그었다. 나도 그 당시에 결승전을 보고 있었는데 선수들이 금메달을 딴 것보다 그들이 성호경을 그었던 더 감격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아주 짧은 순간의 일이었지만, 그 손짓 하나로 나처럼 교인들도 자부심과 일치감은 절정에 달했을 것이다. 바라보는 모든 이의 마음속에 신앙의 아름다운 모습을 순간적으로 각인시켰다. 작은 몸짓 하나가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던 나비효과였던 것이다. 


신앙의 표징이 되는 몸짓이 천주교는 타종교에 비해서 풍부하다. 물론 성호 긋기가 대표격이지만, 묵주를 하면서 걸어가는 모습들, 미사보, 수도복, 사제들의 로만 컬러 등과 관련된 우리들만의 몸짓은 교인끼리는 짙은 연대감과 일치감을 , 비신자들에게는 호기심과 때로는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전철이나 버스 안에서 묵주기도를 봉헌하는 신자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는 신앙 안에서 형제의 일치감을 느낀다. 한마디 건네지 않는 침묵 속에서도 말이다. 우리가 천주교인다운 몸짓을  부지런해야 이유를  여기저기에서 충분히 발견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