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8-10 05:57 조회수 : 52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탈무드에서는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이 세 가지가 있는데 고민, 말다툼, 빈 지갑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중에서 특히 빈 지갑이 인간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준다고 한다. 

한 언론사에서 젊은 대학생들에게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설문조사를 했었다. 응답한 대학생들의 대부분이 “돈”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물론 돈은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가치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돈을 우상처럼 숭배하기까지 한다. 심심찮게 들려오는 강력범죄나 사기들의 대부분이 돈과 연관이 되어 있다고 한다.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성경에서 돈과 재물 자체가 나쁘다는 언급은 전혀 없다. 다만, 인간의 무분별한 돈과 재물에 대한 애착과 사랑을 경계할 뿐이다. 돈이 무엇이기에 천륜마저 무시하게 하는 힘이 있을까? 문제는 돈과 재물 자체가 아니라 분수에 넘치는 인간의 욕심이 잘못이다.


오늘은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이다. 초기 로마 교회의 일곱 부제 가운데 수석 부제였던 라우렌시오의 임무는 교회의 재산을 관리하고 빈민들을 구호하는 일이었다. 258년 로마 발레리아누스 황제의 박해 때,  박해자들이 교회의 보물을 바치라고 하자 라우렌시오 부제는 교회의 재산을 가난한 이들에게 모두 나누어주고 그들을 황제 앞에 데리고 가서는 “이들이 교회의 보물입니다.” 라고 외친다. 이에 분노한 황제는 라우렌시오 부제를 불속에 넣어 처형시켰다. 


주님은 틈만 있으면 우리에게 묻고 계신다. 하느님이냐? 재물이냐? 구체적으로 두 주인을 섬기기는 불가능하다. 사실 우리가 갖고 있는 세상의 재물이란 결코 내 것이 아니다. 나는 그저 성 라우렌시오 부제처럼 잠시 맡고 있는 관리인에 지나지 않다. 성인처럼 잘 관리했던 사람은 재물 때문에 하늘나라라는 복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항상 큰 유혹이 놓여 있다. 재물과 하느님을 다 섬기고 싶은 유혹 말이다. 그런데 주님의 요구는 분명하고 단호하다. 하나만 선택하라는 것이다. 주님의 말씀은 무엇보다 먼저 하느님을 선택하라는 가르침이다. 그리고 하느님을 선택한 삶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고 하신다. 아무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는 재물에 신경을 전혀 쓰지않고, 일하지 않고 게으르거나 나태한 생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사랑을 가장 우선시 하라는 말씀이다.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갖지 않게 되면 실질적으로 내일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갖게 되고 걱정을 야기한다. 그리고 걱정은 삶을 비참하고 병들게 한다. 그래서 주님은 분명히 말씀하신다.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다.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다.” 

아직 오지도 않은 내일의 괴로움을 미리 힘들어하는 것은 지혜롭지 않다. 이 말씀은 오늘을 잘 살라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을 잘 산다는 것은 우리가 자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더 생각해 주신다는 사실을 믿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도 주인을 섬길 없다.” 주님의 말씀을 깊이 마음에 새겨야 한다. 우리를 살리고 구원하고 그리고 행복을 주는 것은 결코 돈이나 재물이 아니다. 그래서 이제 무엇을 먼저 생각하고 먼저 선택해야 하는지가 분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