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거머리 콤플렉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9-08 05:41 조회수 : 110

거머리 콤플렉스 


한 자매가 상담을 청해왔다. 주변에 어려운 분이 계시는데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서 집으로 초대해서 식사도 대접하고 반찬이며 소소한 물품도 나누어줬다고 한다. 그런데 갈수록 자신을 찾아오는 빈도도 많아지고 한 번 오면 좀처럼 돌아갈 생각을 안 해 가족의 눈치들도 보이고해서, 만남의 횟수를 줄이려 해도 가뜩이나 외롭게 사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라는 주님 말씀이 생각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차에 면담을 신청한 것이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힘든 사람을 위로해주려는 마음은 분명히 하느님 보시기에 갸륵한 것이지만 자신과 가족의 삶이 피해를 보면서까지 하는 것은 올바른 것은 아니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그리고 매번 신세 한탄을 들어주고 물질도 함께 나누어주었으니 충분히 복음대로 산 것이라고 말씀도 해드렸다.

 

그런데 상대방은 왜 자매에게 집착했을까? 

우리는 누구할 것 없이 외롭게 사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자신이 외롭지 않게 자신을 위로할 대상을 찾는다. 일시적이긴 하지만, 남의 도움을 받아서 과거에 받지 못한 채워줌으로써 마음속의 분노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에 너무 몰입되어서 모든 에너지를 쓰게 되면 외부로부터 점점 더 고립되고 소외되는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 결과 의존 요구가 깊어져서 자신이 기댈 이상적인 대상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그런 대상을 만나면 그를 자신만이 차지하고픈 마음에서 여러 가지 자극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가장 흔한 현상이 상대방이 자신을 보호하고 보살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그가 자신에게 소홀할 때는 심하게는 자해 등의 행동을 해서 상대방이 죄책감을 느끼도록 만들기도 한다. 이런 사람을 일컬어서 ‘거머리 콤플렉스’라고 한다. 그러는 동안 상대방은 떼어내 버리고 싶은 욕구와 죄책감 사이에서 심한 갈등을 겪는다. 


그런데 이런거머리 콤플렉스 가장 심한 관계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와 형제들에서 나타난다. 그렇다면 이처럼 거머리 같은 사람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불편한 감정을 솔직히 이야기와 행동으로 표현해야 한다. 비록 상처를 입은 것처럼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얼굴을 할지라도 절대 속지 말고 때로는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도 살고 상대방 있다

이때 가지 명심할 것이 있는데, 하느님 말씀을 너무 엄격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예컨대이웃을 몸처럼 사랑하라 주님의 말씀은 문자 그대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내가 심하게 피해를 보면서까지 글자 그대로 살려고 한다면 그 자체가 거의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내 스스로가 어쩌면 평생을 죄의식 속에서 살게 것이며 자신도 어려운 환경에 놓일 수도 있다. 상대방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때로는 냉정하게 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