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성가정을 위하여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9-16 04:36 조회수 : 79

성가정을 위하여 


가정은 참으로 중요하다. 과장하자면 가정은 인류 문명의 근원지이자, 인류 범죄의 근원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나라를 다스리기 전에 우선 가정과 자신을 잘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가정이 편하지 못하면 바깥일을 잘할 수 없고, 바깥일을 아무리 잘해도 가정이 편하지 못하면 마음 한구석이 늘 불편하고 그로 인해서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

그렇다면 최고의 가정은 어떤 가정이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아마도 가족이 서로를 사랑하고 위해주고 설령 허물이 있다고 해도 드러내지 않고 보듬어주는 가정일 것이다. 반대로 최악의 가정은 가족 구성원 서로가 너무나 미워해서 부부간에는 사랑을 찾아보기 힘들며 때로는 부모가 자식을 함부로 대하며 반대로 자식은 늙으신 부모를 제대로 돌보지 않거나 죽음으로 방치하는 가정일 것이다. 


물론 우리들은 모두 최고의 가정을 소망한다.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은 말할 것도 없이 서로 사랑하며 화목하고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교회에서는 이런 가정의 표상인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을 본받을 것을 권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성가정까지는 아니더라도 건강한 가정, 화목한 가정을 만들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최악의 경우만 면해도 괜찮은 가정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렇다면 모두가 원하는 좋은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가정이란 가족 개개인의 역사가 공존하는 아주 복잡한 감정의 집합체이다. 가족 구성원마다 각자의 콤플렉스가 있다 보니 서로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고받는 경우가 제법 있다. 그래서 가정을 평안하게 만들고 싶다면 가족 구성원들은 자신이 받은 상처를 잘 잊는 일종의 건망증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만약 누군가 상처를 잊지 않고 물귀신처럼 물고 늘어진다면 그 어떤 가정도 화목한 가정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성가정을 이루지 못하고 괴로운 것은 다른 사람이 내게 준 상처만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살다보면 가정이건 공동체에서건 나 혼자만 일방적으로 상처를 입고 괴로움을 당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문제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마치 고슴도치처럼 가까이 갈수록 서로를 찔러대는 존재이다.

다른 사람이 상처가 자꾸 기억이 나거든 일단 덮어버리고 내가 가진 문제, 내가 가족에게 상처가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그렇게 다른 가족이 문제를 많이 참아주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비로소 내가 입은 상처에 연연해하지 않게 되고 그럴 가정을 편안하게 만드는 주체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신임을 깨닫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