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라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10-14 05:56 조회수 : 74

 사람들의 말을 경청해라


나는 지금껏 내가 사람들을 존중해 주면서 살았다고 믿어왔다. 사람들은 다양한 생각과 행동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가치관도 다를수 밖에 없다. 설령 나와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면 앞에서는 언짢아한 적도 많았지만,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에 성찰하면서 그들의 의견을 많이 받아들여서 사목에 반영하였다. 사제로 살아가면서 남의 말을 경청해주는 것은 단순히 다른 사람이 얘기하는 도중에 끼어들거나 말을 끝맺도록 강요하지 않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상대방의 말에 대해 성급하게 자기 의견을 표시할 기회를 엿보기보다는, 그 사람의 생각을 모두 듣고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바로 진정으로 경청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대체로 사람들이 서로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다는 사실은 우리네 삶의 방식이 어떠한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대화하면서 무슨 경주라도 하는 것처럼 경쟁적으로 말을 주고받는다. 마치 상대방의 말과 자신의 대응 사이에 어떤 시간상의 지체도 용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언젠가 카페에서 간단하게 커피를 한잔하고 있는데, 주변 아줌마들이 대화를 큰소리로 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는데, 그들은 서로 열심히 떠들고 있었지만, 상대방의 얘기는 전혀 귀담아듣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 번갈아 가며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정도의 차는 있지만 이런 모습은 신부들의 동창 모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다만 우리가 인식을 못 했을 뿐이다.


만약 자신도 이 습관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방법 중에 하나는 대답은 천천히 하고,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습관을 들여 보는 훈련을 하자. 이는 분명 자신을 평화로운 사람으로 변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습관은 정신적 압박감을 덜어 준다. 상대의 말이 끝나자마자 대답하려는 욕심에 맞은편에 앉아 있는, 혹은 통화를 하고 있는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서 초조해하거나 긴장할 필요가 없기에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된다.

하지만 상대방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그가 하는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지금까지 자신을 내리누르고 있던 압박감이 사라지는 듯한 홀가분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자신의 마음이 편해지면, 상대방 역시 그렇게 느끼게 된다. 그래서 서로가 경쟁하듯이 서두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함께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된다.

이 습관은 인내력 있는 사람으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며, 인간관계의 질을 높여 주는 길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얘기를 진지하게 끝까지 경청해 주는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지 좋아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진정으로 당신을 인정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