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남자도 힘들면 엄살 부리세요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10-12 22:34 조회수 : 142

남자도 힘들면 엄살 부리세요 


본당의 한 형제는 어려서부터 소심한 성격을 가졌다.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닥치면 안줄부절 못해서 새가슴이라는 별명이 늘 따라다녔다고 한다.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친구들에게 안 꿀리려고 일부러 대범한 체하며 살아왔는데 본질은 하나도 안 변했다. 그래서 자기 아들은 자신을 닮지 않기를 바랬는데 아들도 아버지를 닮아 무서움을 잘 타고 엄살이 심해서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심지어는 첫영성체 때에 사내답고 인내를 잘하는 바오로 성인을 본받으라고 세례명도 바오로라고 지어주었는데 피는 못속이는 것 같다고 하면서 허탈하게 웃음을 지으셨던 모습이 기억이 난다.  


모든 사람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겁이 나서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신체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특별한 증상은 아니다. 머릿속이 텅 빈 느낌에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공황 상태가 일어나고, 등에서는 식은땀이 나기도 하며 아무것도 먹은 게 없는데 토할 것만 같고, 화장실에 가고 싶을 정도로 배가 아프기도 한다. 심하면 수전증을 보이거나 목소리가 떨려서 우는 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타나는 신체적 증상을 심리학자들은 ‘공포발작’이라고 한다.

이럴 때 주위 사람들은 “괜찮아질 거야. 조금만 참아봐”라고 한다. 혹은 스스로 ‘이러다 말 거야. 괜찮아질 거야’ 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한다. 이런 대응 행위를 일컬어 심리적 용어로는 ‘회피적 통제’라고 한다. 힘든 상황에서 부정적인 생각을 억제함으로써 상황을 극복하려는 생존 본능이다. 군대에서 ‘하면 된다’라는 구호를 외치게 하는 것이 전형적인 사례이다. 문제는, 이런 ‘회피적 통제’는 증상이 가볍거나 사소할 때, 혹은 예방 차원에만 효과가 있지만, 당사자가 깊은 공황 상태에 빠졌을 때는 효과가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구호와 신체 증상 사이의 괴리감이 클수록 더 깊은 공황 상태에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주위 사람들이 보기에 웬 엄살이냐 할 정도로 자신의 정신적 고통이나 두려움, 신체 증상을 숨김없이 표현해야 한다. 남자다워지려고 이를 악물거나 자신의 감정이나 신체 증상을 극복하려고 안 그런 척하고 숨기려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자신의 상태와 감정을 표현하다 보면 심리적 신체적 안정감을 되찾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없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병이 생긴다. 담력 좋은 남자가 어느 갑자기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원인 중에 가끔은남자답게참으려고 해서 발생한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다. 일찍부터남자는 웬만한 일은 참고 견뎌야지 엄살 부리면 된다” “남자는 힘들어도 내색하는 아니다” “사내가 정도 일로 그래같은 말들은 힘든 일이 있어도 내색하지 않고 아픈데가 있어도 말하지 않아서 병을 키운다. 반면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아프고 힘들어서 죽을 지경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엄살 부린다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오히려 자신은 장수한다는 통계도 있다. 힘들고 어려우면 속으로 삭히지말고 주변 사람에게 표현하거나 엄살을 가끔 부렸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