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편안함'에 빠지지 말자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10-10 22:53 조회수 : 69

‘편안함’에 빠지지 말자 


사람이 가진 욕구 중 가장 간절한 것을 꼽으라면 첫 손가락에 뽑히는 것은 아마도 ‘편안함’일 것이다. 우리가 돈에 집착하는 이유도 당연히 편안한 삶을 살기 위해서다. 혼자 사업하던 사람이 직원을 두는 이유도 사업을 확장하고픈 마음과 편안하게 사업을 하고 싶어서 일 것이다. 이처럼 편안하게 살고픈 욕구가 간절하다 보니 편하게 사느냐? 가 사람의 행복과 불행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난센스가 되기도 한다. 심지어는 온종일 노동의 일을 하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심지어 벌을 받아서 그렇게 고생하며 사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까지 생겼다.

 

성경에서 ‘아담이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한 후 노동하게 된 것’을 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그 좋은 예이다. 우리는 아담이 노동을 통하여 철이 든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에덴동산에서 걱정없이 살다가 벌을 받아서 동산에서 쫓겨나서 노동하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우리들의 잠재의식 속에는 천당을 아무 일도 안하고 편하게 지내는 곳으로, 지옥을 힘들게 고생하는 곳으로 묘사하는 것도 이런 심리가 바탕에 깔린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편하게만 사는 것이 좋은 것일까?

영성가들에 의하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한다. 편안한 삶에는 중독성이 있다. 일시적인 편안함은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주지만, 지속적인 편안함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편하기 위해 몸을 움직이지 않고 온갖 기계와 도구를 이용하여 몸을 편하게 한다면 우리 몸은 어떻게 변화가 될까? 당연히 심한 비만증이나 당뇨 혹은 고혈압등 대사중후군이 생길 것이다.


심리적인 측면도 마찬가지이다. 마음 편해지고 싶다고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만 몰려다니면 융합이라는 현상이 생긴다. 내 마음이 네 마음이고, 네 마음이 내 마음이란 식으로 서로의 거리감이 없는 끈끈한 관계가 형성되는데, 이렇게 죽이 맞아서 다니는 것이 지나치면 그 집단은 배타적인 문화를 형성하고 그로 인해서 심리적으로 퇴행할 가능성이 크다. 즉, 패거리 문화가 형성이 되고 자신의 구성원이 아니면 흉을 보거나 좋지 않은 소문을 만들어내는 삼류 집단의식을 형성하게 된다. 어느 사회든 좋지 않은 소문으로 구성원들 간에 분열이 일어나는 원인을 찾다 보면 이런 삼류 집단이 등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편안함의 중독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약간의 불편한 삶을 두려워하지 말고 살아야 한다. 심리적 건강을 위해서는 마음에 맞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만나서 함께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나는 신학교에서 그 답을 찾을 수가 있었다. 신학생들은 식사자리를 달에 번씩 무작위로 옮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친하지 않는 타인과도 대화를 자연스럽게 나누게 된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교류를 하게 된다. 기도하는 자리도 마찬가지여서 끼리끼리 앉지 못하게 수시로 자리를 바꾸게 한다. 물론 처음에는 어색하고 싫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몸과 마음이 자연스럽게 적응하게 된다

그래서 육적으로 영성적으로 건강하게 살려면 가끔은 불편하게 살아야 한다는불편의 영성까지 생겨난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불편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니고 편안함에 중독되지 않을 정도의 불편한 삶이 좋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