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갈등의 끝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7-27 19:38 조회수 : 83

갈등의 끝


며칠 동안 해야 할 일이 마치도 한여름의 소나기처럼 쏟아졌는데, 나는 넋 놓고 있었다. 가끔은 그럴 때가 있어도 된다고 자위하면서 말이다. 그러다 문득 시간은 무한하고 나의 삶은 유한하다는 생각이 머리에 스치면서 그동안의 갈등과 방황을 털어내려고 마음에 힘을 주었다.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하며 다음을 기약하면서 미루는 삶은 나와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살면서 그토록 원했지만, 이루지 못한 일들은 수없이 경험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단시간에 결정된 것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오래된 축적이 있었고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이 내 뜻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타인의 결정에 따라서 내 삶의 방향이 정해질 때는 허전하고 마치 사막 한가운데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된다.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나는 가장 먼저 사랑했던 사람들을 떠오른다. 살면서 그깟 게 무엇이라고 그리 집착하면서 살았던가하는 마음을 갖고 사랑하고 나를 위해서 함께 했었던 사람들의 얼굴을 밤하늘에 별처럼 떠올려본다. 


내가 당연시하고 미뤘던 사람들과의 미숙한 표현으로 오만하게도 살아가고 있었다. 그 모순이 매번 나를 후회의 늪으로 이끈다. 그곳에서 빠져 고통스러워한들 이미 소중한 것은 떠나가고 난 뒤다. 시간은 무한하고 삶은 유한하다. 내 삶이 유한하다고 생각하면 모든 게 소중해진다.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하는 건 삶을 기만하는 행위다. 우리에게 이제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주어진 일이 있다면 사력을 다하고, 잊지 않고 내 행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삶은 끝이 정해져 있기에 시간을 음미하며 사랑하는 것을 더 사랑해야 한다. 


다음을 기약하는 태도를 버리기로 다시 마음을 먹었다. 그래야만 매사에 전력을 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슴이 원하는 일을 미루거나 해야 할 말을 두고 침묵하지도 않겠다. 삶의 모든 것에서 진심으로 다하고 싶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지 않은 건 온전히 내 선택의 영역이다. 그래서 오늘 내가 할 수 있다면 시선을 당신에게 두고 온 마음을 다하고 싶다. 더는 내가 미룬 것으로 태산을 만들고 싶지 않다. 훗날 땅을 치고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을 사는 나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누리고 나누며 표현하고 사랑할 것이다. 


내일은 미래의 내가 책임을 져야 하니 기약하며 사는 건 이쯤에서 멈출 것이다. 모래를 손에 쥐면 손 틈 사이로 흘러나오겠지만, 손아귀에 힘을 주어 그것을 최대한 떠나보내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삶의 행복은 늘 오늘에 있다는 것을 가슴에 새길 것이다. 내일 웃는 건 내일의 몫일 뿐, 정해진 인생 안에서 부디 안일해지지 않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기를 손을 모아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