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어머니의 욕심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7-24 20:49 조회수 : 96

어머니의 욕심


오늘은 야고보 사도의 축일이다. 복음에 보면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가 예수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 자기 아들을 위하여 하나는 스승님 오른쪽에, 또 하나는 왼쪽에 앉게 해 달라고 청한다. 어머니로써는 너무나도 당연한 요구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제자들은 그 가족에 대해서 불쾌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다른 제자들 역시 예수님의 옆자리가 탐이 나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다만 용기가 없어서 말을 꺼내지 못했을 뿐이다.  


회의나 단체 식사를 할 때에 모든 사람이 다 바라다보이는 자리는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낸다. 그리고 바로 옆자리는 리더와의 관계를 나타내며 때로는 이해관계를 외형적으로 드러내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좋은 자리에 앉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누가 너를 혼인 잔치에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앉지 마라. 너보다 귀한 이가 초대를 받았을 경우, 너와 그 사람을 초대한 이가 너에게 와서, 이분 자리를 내어 드리게 할지도 모른다. 초대를 받거든 끝자리에 가서 앉으라”(루카 14, 8-10)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가장 좋은 자리는 단 한 사람만이 차지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자리는 외롭고 고독한 자리이기도 하다.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살인까지 서슴없이 저지른다. 그래서 정상의 자리는 완성이 아니라 고통으로 지켜야 하는 자리이다. 정상에 올라가면 언젠가는 반드시 내려와야 한다. 운이 좋으면 죽음을 통해서 내려올 것이고, 그렇지 않고 강제적으로 내려오게 되면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함께 앉을 수 있는 자리는 사람들과 긴장관계가 필요없고 쉽게 왕래할 수 있으며, 이해관계가 없어서 함께 어울리는 것을 통해서 인간적인 정을 느낄 수 있다. 


예수님은 오늘 복음을 통해서 하느님의 나라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셨다. 하느님 나라에서 살고 싶은  사람은 자신을 확실하게 낮추어야 한다. 자기를 낮추지 않고 스스로 높이는 사람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가 없다. 지금 예수님을 진정으로 모시고 싶다면 자리에 연연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있는 자리에 사랑과 평화가 있으면 예수님이 함께 하실 것이고, 그 자리가 하느님의 나라가 시작이며 완성되는 자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