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 공수래공수거
며칠 동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살다 보면 이런저런 구설에 오르기 마련이지만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 아무것도 하기 싫고 화가 난다. 내가 고장 났다고 느끼는 순간은 마음에 미움이 가득 차서 미운 사람이 자주 떠오를 때이다. 순간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면서 어떻게든 이 생각에서 벗어나야 하느냐고 스스로 물으면서 마음의 자세를 고쳐 보지만 그럴수록 더 생각이 짙어진다. 이상하다고 느끼는 순간부터는 올라오는 불안함을 막아 세울 수가 없다. 그럴 때마다 내가 사소한 것에 미련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럴 때는 열심히 글을 쓴다. 글을 쓰기 위해선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그래서 책도 뒤적거리고 나의 일상에서 있었던 일도 돌아보지만, 노력과는 달리 영 시원찮을 때가 대부분이다. 그러면 인터넷이라는 망망대해를 항해하곤 한다. 그러다 좋은 글이나 아이템이라도 발견하면 나중에 써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메모를 적는다. 주변에 수많은 메모가 복잡한 내 상황을 대변해 주는 것만 같다. 그런데 메모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다가 우연히 메모를 발견하면 구체적인 내용을 생각해 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음식을 허겁지겁 먹으면 소화가 잘 안되는 것처럼 메모를 기억해 보려고 하면 순간적으로 산만함이 생기는데, 이런 것이 하나둘 쌓이니 자연스레 머리가 복잡해진다.
남들에게 인정받는 글을 남기겠다는 욕심이 만든 산물이다. 물론 매일 글을 어떻게든 끝내지만, 그런 날들이 지속되니 기분이 묘하다. 정말이지 내가 고장 나거나 매일 글을 쓰기에는 능력이 부족한 것만 같아서, 그만 쓸지 하는 유혹에 시달리고 있다. 인생이 아무리 롤러코스터라고 해도 가끔은 심해까지 내려가는 내가 두렵다. 하지만 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게 인생이니 며칠을 그럭저럭 보내면 다시 돌아온다. 어쩌면 여유가 없는 내가 만들어 낸 허상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마음의 여유가 없이 사는 내 인생 자체가 ‘인생사 공수래공수거’가 아닐까.
욕심을 포기하고 마음을 비우면 그제야 채워지는 느낌이 든다. 비울수록 채워진다는 뜻이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뒷감정은 앙상한 가지만 무성했던 마음이 비로소 숲이 된 기분이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 것처럼 내 마음도 푸른 잎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이것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니 내 예민함도, 불행도, 슬픔도 분노도 머지않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비로소 구제 불능 같았던 며칠 간의 고뇌에서 벗어나고 내가 했던 고민이 결코 헛되지 않고 사랑스러워지는 느낌이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니 이제야 신선한 공기가 가슴 깊이 닿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