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이동원 야고보 사제의 장례미사를 다녀오면서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7-21 20:53 조회수 : 159

이동원 야고보 사제의 장례미사를 다녀오면서


오늘 명동성당에서 있었던 이동원 야고보 사제의 장례미사에 다녀왔다. 야고보 신부는 마음이 넉넉하고 노래를 잘했으며 언제나 웃으면서 사셨던 사제여서 동료 사제들과 신자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았던 분이셨다. 8년 전에 사목하다가 갑자기 쓰러져서 의식이 없어서 오랫동안 병중에 있었고 가끔 병문안을 가도 알아보지 못해서 마음이 아팠다. 신부가 선종했을 때 마지막으로 제의를 입고 발에 신고 가는 구두를 내가 15년 전 성탄절에 사주었던 것으로 선택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마음이 먹먹했다. 

오늘 사랑하는 후배 신부 이동원 야고보는 모든 사제들이 그렇듯이 서품 제의를 입고 하느님 곁으로 갔다. 평소에 입던 수단과 구두 위에 제의를 걸치면서 손에 묵주를 들고 있는 모습은 숭고함마저 들었다. 사실 망자들이 입고 하느님 대전 앞에 나서는 수의는 죄수가 입는 수의와 발음도 내용도 비슷하다. 실제로 일제 치하에서 조선인은 죄인이라고 하면서 베로 만든 수의를 권장해서 지금까지 내려왔다. 그래서 모든 망자들이 보편적으로 베로 만든 수의를 입고 하늘나라로 향한다. 이 세상에서 온갖 추한 짓을 하고 많은 죄를 범한 사람이 수의만 좋은 것을 걸치고 간다고 해서 하느님께서 반겨 줄 리는 없다. 하지만 사제도 부족한 인간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부족함을 딛고 용기있게 하느님 대전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어여삐 봐주실 것이라고 믿는다.


오늘 장례미사를 봉헌하면서 나도 언젠가는 야고보 신부가 누워있는 그 모습으로 명동성당에서 장례미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야고보 신부가 그랬던 것처럼 세상의 모든 사제들이 하느님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사제가 되길 미사 내내 기도했다. 그리고 미사 중에 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아버지의 수의는 평소에 가장 좋아하고 즐겨 입으시던 양복과 구두로 수의를 대신했다. 그 양복은 내가 첫 번째 봉급으로 사드렸던 것이었기에 아끼면서도 중요한 날에만 입으셨다. 그래서 염을 하는 순간에도 아버지와의 추억을 더 간절히 생각할 수 있었다.


언젠가 후배 신부가 하늘나라에 먼저 가던 날 신부 부모님께서 아들 신부에게 마지막으로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다. 

"하느님 앞으로 가시는 날 제의를 입고 가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까지 사제로 살아간다는 것은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을 사제와 부모님들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죽은 아들 앞에서 나지막하게 하신 말씀에 눈시울이 더 붉어졌던 기억이 난다. 나도 그렇게 사제의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 부끄럽지 않은 사제로 남은 인생을 보다 뜨거운 불꽃으로 살아갈 것이다. 

사랑하는 이동원 야고보 신부님! 먼저 하느님과 함께 잘지내고 계시고, 다음에 다시 만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