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가끔 하늘을 바라보면서 살자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7-20 19:55 조회수 : 75

가끔 하늘을 바라보면서 살자


토요일 오후부터 주일 9시 미사까지 중고등부 학생 19명과 교사 6명이 본당에서 캠프를 했다. 올해는 부주임 신부가 로마에서 열리는 젊은이의 희년 행사에 참석하기에 캠프를 할 시간이 없어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저녁에는 사제관 옥상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밤에는 교리실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잠은 마룻바닥이 있는 교리실에서 자고 청소년 미사로 마무리했다. 중고등부 학생들아 모여서 밤늦게까지 웃고 떠드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해맑고 발랄한 모습을 항상 유지하길 기도했다.


청소년기에 삶은 절대 녹록지 않다. 대다수의 청소년들은 꿈을 꾸고 싶어도 경쟁이 너무나도 심하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미래를 설계하기보다는 지금 당장의 고민 때문에 방황하면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밝게 지내고 큰 꿈을 꾸어야 할 청소년들이 성장하면서 진학이며, 취업난에 고민이 더욱더 커져만 간다. 살아가면서 고민 없이 살 수는 없지만 청소년들이 겪는 고민을 해결해 주지 못하고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 답답하고 한없이 미안함을 갖게 된다.


나는 청소년들의 고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살아왔다. 어느 순간에는 책임지기 싫어서 부주임 신부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면서 만약 문제가 생기면 마치도 나는 책임이 없는 것처럼 살아왔다. 

돌아보면 나 자신도 하늘을 보는 여유를 누리지 못하고 그저 땅만 보면서 살아왔다. 하늘을 보지 못하고 당장 문제만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삶은 고달프기 마련이다. 그러한 삶은 여유를 갖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대다수의 청소년들과 청년들은 더 나은 대학과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더 많은 연봉을 받기 위해, 자기 이력서에 한 줄 더 채우기 위해서 노력하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그들의 이력서는 참으로 화려하다. 다양한 연수 경험과 외국어 공인 시험 점수에 이런저런 자격증에 화려한 봉사 경력까지 어디 하나 빠질 것이 없다. 


그러나 그렇게 달려오는 동안 그들은 몇 번이나 하늘을 보면서 살았을까? 자신의 스펙을 쌓는 동안 마음과 영혼을 위한 스펙은 얼마나 쌓았을까? 인생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들을 얻기 위한 노력, 몸을 위해 갖춰야 할 스펙을 쌓는ᅠ것도 좋지만, 마음과 영혼을 위해 갖춰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했으면 좋겠다. 나도 60이 훌쩍 넘어서야 비로소 하늘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늘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니 삶 앞에서 겸손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의 것들이 소중함을 알게 되고,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청소년들은 나처럼 뒤늦게 하늘을 바라보는 삶을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