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나누는 기쁨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6-04 21:31 조회수 : 61

나누는 기쁨


내가 중학생 때 종로에 있던 학원에 가려고 집을 나서면 어머니는 삼백 원을 주셨다. 당시에 버스비와 호빵 1개의 가격은 30원이었다. 학원에 가서 무엇을 사 먹어도 혼자 먹지 말고 친구들과 같이 먹으라고 배려해 주신 것이다. 매번마다 돈을 주신 어머니 덕분에 학원에서 사귄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간식을 먹고 베푸는 즐거움을 만끽 할 수 있었다. 사람의 마음은 물질이 있는 곳으로 향하기 마련이다. 비록 대단한 것들은 아니었지만 나누었다는 자부심은 좋은 추억이다. 그렇지만 때로는 서운함을 느끼기도 했다. 내가 베풀는 삶을 살았는데, 상대방이 그것을 알아주지 않을 경우이다. 이럴때 생각나는 교훈이 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세상에 널려있지만 진정한 우정과 사랑은 돈으로는 살 수 없다'는 말이다. 


사제로 서품을 받고 처음 발령받은 본당에 부임한 지 며칠이 되지 않았을 때, 한 할머니께서 삼백만 원을 용돈으로 주셨다. 당시에 보좌신부의 봉급이 50만 원이었으니 대단히 큰돈이었다. 댓가없이 그냥 받기에는 너무나 큰돈이어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본당신부님과 상의를 했더니 그냥 받아서 잘쓰면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그분을 다시 만났을 때 감사의 인사드렸다. 나는 그 돈으로 초콜릿과 사탕을 사서 일 년 내내 주일학교 학생들과 노인대학 어르신께 드렸던 기억이 난다. 


등산하다 보면 물은 떨어졌는데 목이 타는 순간을 맞닥뜨릴 때가 있다. 이때 우연히 눈이 마주친 누군가가 시원한 물 한 잔을 건넨다면 그것을 거절하거나 마다할 필요는 없다. 물을 건넨 사람은 이미 타는 듯한 갈증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도 고통스러운 상황에 누군가로부터 물을 건네받은 적이 있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물을 건넨 그 사람에게 보답하겠다며 그를 찾아 온 산을 헤맬 필요는 없다. 그 사람은 내게 아무 사심 없이 물을 건넨 것이다. 나 역시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을 만났을 때 아무 사심 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 되는 것이다. 


요즘에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서 식사 비용이나 커피값을 선지급하는 미덕의 소식이 가끔 전해진다. 불경기에 힘들어하는 누군가를 배려하기 위해서 미리 지불하는 선행을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그러한 혜택을 받게 된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아마도 나 자신도 누군가를 위해서 기쁨의 나눔에 기꺼이 동참할 마음이 생길 것이다. 이런 나눔을 통한 선한 행동이 만연해진다면 사회에 선한 영향을 끼칠 것이고, 나는 그 일원이 되었다는 기쁨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