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고통과 함께 하시는 하느님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4-28 21:10 조회수 : 76

고통을 함께 하시는 하느님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행복하기를 바라신다면서 우리의 고통스러워 할 때 왜 침묵을 하고 계실까?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때로는 유혹같은 의구심이지만 끝임없이 생기고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얼마 전에 도안 신부 병자성사를 위해서 호치민에 갔다가 돌아오는 비행기에서의 일이 생각이 났다. 늦은 밤 비행기라서 자면서 올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그런데 바로 옆자리에 갓 돌이 지난 것같은 아기를 앉고 젊은 부부가 자리를 잡았다. 시간이 되어서 비행기는 출발했고, 나는 피곤해서 금방 잠이 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잠이 깰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잠을 자지 않고 칭얼거리는 것이었다. 부모는 당황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주변 승객들의 눈치를 보면서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때마침 기류가 안 좋아져서 갑자기 비행기가 심하게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마치도 놀이동산의 청룡 열차나 바이킹처럼 심하게 흔들리고 올라가다 떨어지는 에어포켓 현상이 계속 반복되었다. 그 순간은 나같은 어른에게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그 아이에게는 어떤 공포감이 들었을까? 아이의 울음은 점점 더 커지고, 비행기은 안정되지 않아서 여러 가지로 힘들고 괴로운 상황이었다. 사실 어른이기에 그 느낌이 힘들긴 하여도, 이유를 알기 때문에 ‘금방 지나가겠지’ 하고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아기 처지에서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이유도 모르고 난생처음 격는 심한 요동은 그 자체로 공포와 고통이었을 것이다. 평소 같으면 부모가 어루고 달래서 안정을 찾을 수 있었지만 그 상황에서는 그런 것이 통할 리가 만무했다. 결국 그 아기는 울다 지쳐 울음소리도 못 내고 나중에는 가느다란 신음소리만 낼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워서 아기를 위해서 뭐라도 해 주고 싶은데, 내가 해 줄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그냥 바라보고 시끄럽더라도 참고 있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 아기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내 마음도 이런데, 아이를 품에 안고 있는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자녀를 키워본 부모들은 누구나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아프면 밤새도록 참고 약 하나로 버티지만 어린 자녀가 아프면 아무리 밤이 늦더라도 응급실을 찾아 여기저기 병원을 헤매는 것이 부모의 공통된 마음이다. 그와 중에 품에 안고 있는 아이가 지금 당장 죽을 것처럼 아파하고 있는데, 그래서 어떻게든 해 주고 싶은데, 그 아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엄마의 마음은 아이가 아픈 그 이상의 고통을 느낄 것이다. 


우리를 바라보시는 하느님이 마음도 이와 같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하느님께 의탁하지만, 여전히 많은 아픔을 속에서 울부짖는 우리를 결코 외면하지 않으시고 듣고 계실 것이다. 이런 하느님의 마음을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 삶이 고통 속에서 나 혼자 아파하고 나 혼자 괴로워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도 나와 함께 더 아파하시고 눈물을 흘리신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