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악마의 웃음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3-09 22:47 조회수 : 87

악마의 웃음


전라남도에는 ‘벌교에서 주먹 자랑하지 말고, 순천에서 인물 자랑 말고, 여수에서는 돈 자랑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지역의 특성을 나름 잘 설명해 주고 있는 말이다. 인도에는 ‘바라나시’라는 도시가 있다. 오랫동안 인도 영성의 중심지 역할을 했었는데,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석가모니가 첫 설법을 하신 유적지가 있다. 인도의 수행자가 대중에게 인정받으려면 바라나시란 도시에서 설법하고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아야 할 정도로 나름 중요한 장소이다. 장소는 지역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고 있을 때가 있다.


예수님의 첫 설교는 갈릴래아 지역의 중심지였던 가파르나움 회당에서 있었다. 가파르나움은 당시에는 세무서가 있었고 그 지역에서는 가장 컸던 유대교 회당이 있었다. 그 지역은 예수님의 주 활동무대이기도 하다. 악령은 설교를 하시는 예수님을 알아보고는 큰 소리로 외친다.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악령 들린 자가 예수님의 정체를 세상에 드러낸 것이다. 예수님은 주저 없이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하시면서 악령을 추방하심으로써 첫 설교에서 놀라운 가르침과 권위까지 인정받으셨다.


성경에서는 악령 들린 자들은 험상궂은 얼굴, 엉겨 붙은 머리, 퀴퀴한 냄새, 지랄 발광의 난동 등 비호감적인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들은 무덤 근처에 살거나 쇠사슬로 묶어있기도 했다. 분명히 악령에 사로 잡힌 사람들은 우리와 구분되어 있어서 손쉽게 피해갈 수 있다. 악령의 본색은 더럽고 고약한 속성을 가졌지만, 그가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철저하게 위장하고 있기에 행색으로는 전혀 구분할 수 없다. 어쩌면 이 순간에도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우리 곁에서 함께 지내고 있기도 할 것이다. 오히려 천사와 같은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우리 시대의 악령은 돈과 권위와 합법적 권력을 갖고 선량한 민중들을 속이고 있다. 그들은 국가 행정을 주무르고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 법률이나 정책을 거침없이 행한다. 철저하게 인간성과 도덕성 없는 자들과 손을 잡고, 때로는 학문의 권위와 국가 공인이란 이름으로 포장해서 활동하고 있다. 한동안 우리 시대의 아픔이었던 ‘옥시 사태’가 대표적인 예이다. 양심이 있는 가난한 과학자들과 변두리 시민운동가들의 노력으로 진실을 밝혔지만 그들은 금권과 권력의 비호 아래에서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갔다. 그리고 지금도 양심 없는 과학자들과 고위 공직자, 국제 투기 금융 세력,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민중을 속이고 있는 언론 등 악령의 숨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진정한 신앙인이라면 위대한 사상가였던 톨스토이의 경고의 의미를 진지하게 경청해야 할 것이다. “사람이 욕심을 부릴 때 악마는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