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짝사랑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3-02 19:22 조회수 : 75
추억과 짝사랑
가끔 어렸을 때 함께 지내던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연락되는 친구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연락이 안 되어서 그런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확실한 것은 그 친구도 나처럼 많이 늙었을 것이다. 막연히 궁금해지다가도 봄에 피는 아지랑이처럼 금방 사라지곤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이성 친구를 바라볼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대부분은 용기가 없어서 바라만 보다 끝나지만 지금 생각해 봐도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얼굴이 떠오르거나 궁금한 친구 중에는 말 한번 나눈 적이 없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단지 같은 동네에 살았거나 같은 학교에 다녔다는 것이 인연의 전부였다.
소식도 모르고 지금 당장 알아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없지만 아득히 먼 예전이 생각나는 것은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참 기회가 많을 것 같았고 꿈이 많은 시기라서 서두르지 않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짝사랑쯤으로 여기고 싶다. 그런 사랑은 언제나 양방향이진 않다. 살다 보면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궁금해하는 사랑도 있지만 한쪽만 상대방을 아끼고 궁금해하는 사랑도 있다. 그러고 보니 누구나 한 번쯤 짝사랑으로 속앓이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글을 쓰다가 문뜩 나도 누군가의 짝사랑 대상이었을까? 만약 그랬다면 나를 짝사랑해 준 친구는 과연 누구였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연인이 되지 못하고, 나 혼자만 사랑할 때는 그 맘고생은 오죽할까. 일방적이라서 보답받는다는 기약도 없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매일매일 가슴 아프기로 선택하는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래서 짝사랑과 자존감은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마음의 크기가 극단적으로 불균형한 상태에서는 갑과 을이 나뉘기도 한다. 아주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마음이 절실한 사람일수록 자신을 보잘것없다고 여긴다. 조급한 마음에 실수를 연발하는 내가 상대보다 너무 작고 초라해 보이곤 한다.
만약 이 순간 누군가를 짝사랑하고ᅠ있는 청년들을 만나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어렵더라도 지금 상태에 머물지 말고 상대방에게 마음을 표현했으면 좋겠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관계에 진전이 없다면 그때부터는 과감히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하자. 상대방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 부여하면서 설렐 이유도, 실낱같은 가능성에 온 힘을 다해 매달리 이유도 없다. 노력한다고 이어질 사이였다면 당신이 마음을 보여줬을 때 이어졌을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당신이 자신을 업신여기지는 않았으면 한다. 자신을 초라한 사람으로 만들면서까지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에 힘쓰지 않았으면 한다. 이유는 당신은 초라해지기에는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