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히 돌아왔어요
베트남에서 새벽 비행기로 돌아오자마자 쉬지도 못하고 공항에서 백춘조, 서진우 신부를 배웅했다. 집에 오니 피곤이 엄습해와서 서너 시간을 정신없이 잤다. 우리의 한여름 날씨인 호찌민에서 지내다 보니 몸이 적응하지 못해서 입술도 터졌다. 그래도 호찌민에서 지낸 시간도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어서 나름 좋았다. 집에 와서 좋지만, 한편으로는 호찌민이 그리워진다. 특히 아무 곳에서 무단횡단을 하는 그들의 교통문화는 참으로 독특하다. 도저히 건너지 못할 것 같은 길도 건너면 차량이나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조심스럽게 피해서 운전하기에 사고가 적다고 한다.
이와 대비되는 교통문화가 독일이다. 독일에서 사목하고 있는 후배 신부에게 언젠가 물어본 적이 있다. "한국에 돌아오고 싶어, 아니면 독일에서 계속 사목하고 싶어?" 그러자 후배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다면서 이유가 분명했다. 독일에서도 주일에 미사 후 신자들과 가끔 식사와 간단한 술자리를 할 경우가 있는데, 그들은 식사와 술을 마시다가도 언제든 자기 식사와 술값을 테이블에 놓고 일어나서 간다는 것이었다. 2차를 간다든지, 식사와 술값을 서로 내겠다고 한바탕 소란을 피우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단다.
독일을 여행하다 보면 그러한 모습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우선 독일은 어느 도시를 가도 법으로 규정한 숲이 있고 공원이 있으며 시민들은 그곳에서 휴식하고 운동을 할 수가 있다. 또한 어느 도시든지 자전거 도로와 산책길이 인상적일 만큼 잘 갖춰져 있고 잘 지켜지고 있다. 그런 것은 도시만이 아니라 시골에서도 마찬가지다. 독일 시골 어디를 가도 집과 도로 등이 흐트러진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고, 비록 시골이라 해도 각종 공연장과 경기장 등 문화생활이나 여가생활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시설을 잘 갖추고 있다.
특히 독일에서는 법과 규정이 철저하게 세분되어서, 독일에서는 교통사고가 났다면 쌍방 과실은 없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누구에게 우선권이 있는지가 분명하게 정해져 있다. 이런 문화는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라서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찾아갈 때는 미리 약속을 한 뒤에는 찾아간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나이가 들수록 흠뻑 정을 나누며 사는 모습이 더 좋다. 법보다는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어울리는 모습이 소중한 마음이 아닐 수 없다. 베트남에서는 그러한 모습을 여기저기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가족이나 친구에 대한 뜨거운 정을 매번 느끼는 것이 내가 베트남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사회는 법에 의한 질서도 좋지만, 정이 바탕이 되는 질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