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갈등해소 방법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12-05 23:16 조회수 : 80

갈등해소 방법


평생을 함께한 부부나 십수 년을 함께한 친구가 싸우지 않고 지내온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만약 오랜 시간을 함께한 누군가와 다툼없이 지냈다면 둘 중에 하나이다. 서로 기대하는 것이 별로없는 사이거나 혹은 한쪽이 엄청나게 인내심이 좋은 경우이다. 여기서 다툼이나 싸움은 꼭 주먹이 오가고 폭력이 난무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싸움은 조금 더 일상적인 마찰에 가깝다. 이를테면 신경전이라든지, 이견에 의한 사소한 말싸움은 같은 형태이다. 모든 관계 안에서 항상 잘 지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람이라서 어쩔 수 없이 싸우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악기도 관리를 소홀히하면 좋은 소리를 유지하기가 힘들다. 적절한 시점에 바르게 조율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악기 자체가 왜곡되어서 그 기능이 약해진다. 악기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관계 안에서도 관리가 중요하다. 다시 말해 싸우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쌓인 갈등을 원만히 해소해야 더 조화로운 사이로 발전할 수 있다. 작은 의견의 차이가 시간이 흐를수록 감정의 폭이 커져서 한 순간에 폭발한다. 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현명하게 갈등을 마주해야 한다. 


갈등에 관해서 나는 두가지의 원칙이 있다. 하나는 일단 대화를 시작하면 승부욕을 내려놓는다. 상대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대화를 하는 것인데 이기려는 마음을 갖게 되면 다툼의 원인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기연민이나 과장된 감정이 들어가 쉽다. 그러면 당연히 상대방이 나에게 대한 반감은 더 커진다. 반대로 이기려는 마음을 접으면 상대방도 긴장을 풀게되고 그래서 손쉽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대화가 상대방과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는 목적이 분명해지면 더욱 선명하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감정의 잔여물이 남는 일이 적어진다. 


또한 내 상황을 장황하게 설명하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대화의 주도권을 상대방에게 넘겨주어야 한다. 즉 상대방이 자신의 서운한 감정이나 이유를 말하게 하고 나는 최대한 들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한 발자국 떨어져서 그의 말이나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보자. 그럴 때 나도 한결 편안한 분위기에서 나의 감정이나 상황을 말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괜한 자극적인 말로 서로의 죄책감을 자극하는 일이 상당히 줄어든다.


이게 내가 갈등을 조정하려는 마음가짐새이다. 상대방을 이기려고 욕심내고, 내 마음을 조급하게 전달하려 하는 순간 화해하려는 마음은 사라지고 싸움을 위한 감정만 남는다. 잘 풀어가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 보태면 갈등이 마냥 나쁜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오히려 갈등과 다툼은 이해가 필요한 시점에 이해를 주고받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현시국이 백척간두에 놓이고 한쪽이 망하지 않으면 해결이 안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원인은 단순하다. 평소에 상대방에게 귀를 열고 그들의 말과 의견을 경청해 주었더라면 상황이 이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거라는 마음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