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니그로와 칭쳉총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10-17 04:23 조회수 : 96

니그로와 칭쳉총


오늘 아침에 갑자기 50년도 더 된 사건이 생각이 나면서 그때 어울렸던 친구들이 생각이 났다. 어렸을 때 살던 공항동에는 미군부대가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외국인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미군들을 만나는 것을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일년이나 이년 동안 방을 빌려서 살다가 다시 본국이나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그래서 가끔은 그들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접하고 싶었지만 덩치가 산만한 그들 앞에가면 위축이 되어서 도망다니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흑인병사가 지나가는데 친구 한 명이 흑인을 비하하는 말인 “니그로”를 외치면서 도망갔다. 화가난 미군은 그 친구를 쫓아갔고 얼마 안가서 친구가 붙잡혀 한참을 혼나고 울면서 돌왔다. 울고있던 친구에게 물었더니, 흑인 군인이 서툴은 한국말로 그 말은 나쁜 말이니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훈계를 들었다고 했다. 사람은 자신을 비하하는 말을 듣는 것은 결코 기분이 좋은 일은 아니다.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다만 내가 사는 대림동은 중국인들이나 조선족들이 많기 때문에 “니그로”에서 “짱깨”라는 말로 바뀌었을 뿐이다.

 

우리들이 유럽여행을 갔을 때 초등학교 정도의 꼬맹이들로부터 “칭쳉총~~”이라는 소리를 가끔씩 듣게 된다. 그 말은 중국사람을 비하하는 말인데, 그들에게는 우리가 한국사람인지 중국사람인지 일본사람인지가 중요하지 않고 동아시아에서 온 자그마한 체격을 가진 사람에 불과할 뿐이다. ‘칭쳉총’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된다는 생각이 그들에게 팽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살짝 약이 오르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 상황이 닥치면 순간적으로 고민하게 되기도 한다. 정말이지 어떻게 반응을 보이는 것이 옳은 것인지를.....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참는 것이 화를 내는 것보다는 옳은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남들이 왼뺨을 때리면 오른 뺨까지도 내놓을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나와 다른 사람들을 존중해주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동체 의식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나이부터 교육을 하고 도덕의식을 심어주어야 성인이 되어서도 나와 다른 사람들도 존중하게 되는 마음을 갖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