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가려가면서 하자
유다인의 지혜가 담긴 <탈무드>에 말에 대해서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임금이 신하 두 명을 불러 서로 정반대가 되는 임무를 맡겼다. 한 신하에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선한 것을, 또 다른 신하에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악한 것을 가져오라는 명령하였다. 신하들은 온 세상을 두루 돌아본 후에 답을 찾아왔다. 놀랍게도 둘 다 사람의 ‘혀’라고 대답했다. 이유는 인간의 혀는 사용여부하에 따라서 최고의 선도 될 수 있고, 최고의 악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세 치에 불과한 혀는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다. 혀를 통한 말 한마디는 행복과 불행의 열쇠가 된다.
혀는 민족에 따라 좋게도 나쁘게도 표현이 된다. 대부분의 민족은 상대에 대한 우롱이나 경멸의 표시로 혀를 내민다. 우리나라에서 ‘메롱’이 그렇고, 미국에서는 동전을 입속에 넣고 혀를 내밀어 보이는 것은 상대방을 경멸과 모욕을 표시하는 것이다. 반면에 티베트 지역에서는 혀를 내미는 것은 존경의 인사이고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이 사는 곳에서는 환영의 표시이며, 아프리카 사람들은 혀를 굴려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은 기쁨과 환호의 뜻을 표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야고보 사도는 혀를 조심하라고 권하면서 아무리 신앙심이 깊다고 해도 혀를 제어할 수 없다면 그 신앙심은 무의미하다고 가르치고 있다. 말로써 이웃을 해치고 피해를 주는 것은 간혹 살인보다 더 큰 피해를 주기도 한다. 살인은 한 사람만 상하게 하지만 험담은 대상자를 동시 다발적으로 해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혀를 조심하지 않고 함부로 말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많은 성인들도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은 남의 물건을 훔치는 사람보다, 성실하지 못한 사람보다 더 어리석고 더 나쁜 사람이라고 표현을 했다.
우리 몸에 귀가 둘이고 눈도 둘인데 입은 하나밖에 없는 이유는 두 번 듣고 두 번 본 것을 한 번만 말하라는 뜻이고, 몸은 큰데 입이 작은 이유는 온몸으로 크게 체험한 것이라도 작게 말하라는 뜻이다. 우리가 하는 말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이 말로써 다른 사람을 해롭게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마태오 복음 5장에서 예수님이 가르치신 “거짓 맹세를 해서는 안 된다.”(마태 5,33)라는 계명을 잘 지키기 위해서는 혀를 잘 사용해야 한다. 오늘은 이웃에게 용기와 힘을 주는 긍정적인 말만 하는 하루가 되도록 노력을 해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