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진정한 성체성사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10-11 05:00 조회수 : 91

진정한 성체성사


오늘은 환자들을 위한 봉성체를 하는 날이다. 성체성사하면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사제가 되기 위한 모든 과정을 끝내고 서품받기 직전에 오랫동안 영적지도를 해주신 신부님을 찾아 뵙고 감사 인사를 올리면서 한 말씀 부탁드렸다. 그러자 신부님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시면서 “김 부제님, 당신은 신부가 되면 매일 당신 손으로 미사를 봉헌하게 될 것인데 항상 사제의 손에서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화되는 기적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기억하세요. 그러면 당신은 일생 훌륭한 신부로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을 듣는 순간 조금 실망하고 당황했다. 기왕이면 그럴듯한 한 말씀을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신학교에서 지겹도록 듣고 배워 온 성체 신비에 대해 말씀을 하시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었고, 두 번째로는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화한다는 기적은 당연히 믿는 것인데 그런 뻔하고 당연하고 쉬운 걸 말씀해 주시나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서 빵과 포도주를 축성하기 위해서 손에 쥘 때면 가끔 신부님께서 해주신 뻔한 말씀이 머릿속을 맴돌곤 한다.


미사를 봉헌하다 보면서 가끔은 “너, 정말 네 손에서 이루어지는 기적을 믿느냐? 그 기적이 얼마나 놀랍고 위대한 것인지를 깨닫고 있느냐? 나는 정말 네가 필요하다.”는 말씀이 떠오른다. 또 축성의 마지막 부분인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하는 기도문을 바칠 때는 당신의 몸을 우리에게 내어 주시고 당신의 피를 우리를 위하여 흘리셨던 예수님처럼, 나도 그렇게 행하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신부로 살아온 지 30년이지만 아직도 부족하다는 생각 뿐이다. 평범하지만 사제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성체신심이다. 이 믿음이 사제로 살아가는 데 힘과 용기를 주고 있다.


전에 전도사가 되기 위하여 개신교 신학교를 졸업했지만 성체신심에 빠져서 천주교로 개종하신 자매님이 계셨다. 세례를 받은 이후에는 정말이지 성체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셨다. 예수님처럼 자신의 몸과 정신을 이웃을 위하여 바칠 있도록 도와달라고 청하는 중이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그분은 “너무나도 소중한 것을 모르고 신앙생활을 했어요. 성경은 열심히 읽었지만 성체성사가 얼마나 거룩하고 소중한 모르고 살았어요.”라고 말씀하셨다. 간간히 들려오던 소식은 꽃동네에서 열심히 봉사하셨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세월이 10년도 지나서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가 궁금하다. 나에게 성체성사의 중요한 의미를 가르쳐 주신 신부님과 자매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